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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피해자 할머니의 용기 더 이상 산화하지 말아야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절규’. 주요 신문사의 기사제목들에서도 제시되는 바와 같이, 지난 5월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의 내용은 ‘절규’라는 용어로 요약할 수 있다. 뭉크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절규는 대체로 절망감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문에는 그러한 절망감과 배신감에 따른 분노가 곳곳에 보인다. 좌우보혁, 친일반일 등의 편가르기를 떠나, 무능한 위정자들로 인해 나라를 잃는 상처를 어린 나이에 개인적 경험으로 감내해야 했던 그녀가 주의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지난 30년간 증언했건만, 그동안 추구해온 목표의 달성은 오히려 더욱 요원해지는 듯한 작금의 상황이 만들어낸 절망감이 느껴진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탈이 이러한 절망감과 절규의 핵심적 배경이라는 것은, 위안부문제를 왜 정신대문제를 다루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다루느냐는 다소 때늦은 문제제기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있어서는 서로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확연히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 이용수 할머니의 절망감과 절규는 고령의 연세를 고려한다면 거의 마지막의 용기를 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용기가 다시금 정치적인 이유로 무참히 산화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바르게 소화되도록 하는 것은, ‘피해자중심주의’를 내세운 윤 의원이나 현 정부는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사는 이들 모두의 사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피해가 앞으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인지하는 것은 필수다.

이용수 할머니의 절규와 용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중심주의’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우선적인 작업이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진행해야 할 일본과의 협상이라는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어느 선까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가 명확해져야 대응전략에 힘을 얻을 수 있고 협상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용수 할머니의 절규는 누가 피해자할머니들의 진정한 요구를 들을 것인가 하는 점도 매우 중요한 점임을 확연히 제시하고 있다. ‘성 노예’ 보다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표현의 사용을 요청하거나 수요집회에서의 모금운동을 부끄럽게 언급하는 부분은 충격에 가까운 토로였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운동이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닌 그 지지단체라는 집단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임을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단체들이 그들이 표방하는 목적 및 대표성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이 형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법치주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비판은 위안부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요청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언론보도의 초점은 자칫 진실 공방, 배경 공방, 비리 공방 등으로 왜곡돼 번질 수 있는 여지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런 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정부나 언론이 중심을 잡고 자체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해결하려는 의지로 관심을 갖고 중심을 잡는 것이다. 정부나 언론 공히 여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다시금 국가에 의해 좌절받지 않도록, 이번 사태가 그녀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역사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신기원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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