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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 싸게 팔지마라" 부킹닷컴·아고다 '국내호텔 갑질' 백기투항

글로벌 OTA ‘최저가 보장’ 삭제

공정위 제재 전 시정방안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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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 숙박 업체에 ‘최저가 보장’을 요구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에 나선 공정위가 OTA의 ‘갑질’ 행위와 관련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를 검토할 시점에 사실상 ‘백기 투항’을 한 것이다. 31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부킹닷컴·아고다·익스피디아·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들은 최근 공정위에 “숙박 업체와 맺은 계약서에 있는 ‘최저가 보장’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취지의 시정방안을 냈다.

최저가 보장제는 숙박 예약시장을 장악한 OTA가 각 호텔들에 “우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다른 OTA나 호텔 자체 홈페이지에 내놓지 말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사실상의 ‘가격통제’ 탓에 A호텔의 B객실이 다양한 OTA 플랫폼에서는 물론 A호텔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가격에 팔리는 결과를 낳는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한 OTA 회사가 저렴한 가격에 이 객실을 판매하고 싶어도 A호텔이 점유율이 높은 다른 OTA 회사와 맺은 최저가 보장 계약 때문에 똑같은 값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OTA들이 공정위로부터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를 받기 전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하면서 제재 수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과징금 부과 대신 ‘경고’ 조치 또는 ‘향후 금지 명령’ 등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OTA의 갑질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제재 방안과 수위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디지털 갑을관계’에 칼 빼든 조성욱…“온라인 혁신경쟁 판 깐다”

플랫폼분야 불공정 감시 TF 이어

네이버·배민·글로벌OTA 등 겨냥

시장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용역

거대 업체 갑질구조 대수술 나서

업계선 “新산업 성장저해”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의 시정방안 제출과 함께 본격적인 제제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언택트·비대면 산업’ 감시에 대한 조성욱 위원장의 관심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겨냥한 전담조직을 신설한 조 위원장은 수평적으로는 혁신경쟁을 통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수직적으로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낳은 ‘디지털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1일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별도 심사지침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지난 5월22일 1차 회의를 열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공정위는 네이버와 배달의민족·글로벌 OTA 등 두 개의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시장 획정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ICT 전담팀 이어 온라인 심사지침 제정

조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이번 TF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특징인 세 가지 불공정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먼저 포털 사업자가 자체 서비스를 경쟁업체보다 눈에 띄기 좋은 곳에 배치하는 ‘자사우대’ 행위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을 동원해 자사의 온라인쇼핑·동영상 서비스를 상위에 배치함으로써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두 번째 감시 대상은 글로벌 OTA가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 이유인 ‘최저가 보장’ 요구다. ‘최혜국대우(MFN)’ 조항이라고도 불리는 이 관행에 따라 결과적으로 ‘가격 담합’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로서는 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와 함께 자사 고객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는 ‘멀티호밍(multi-homing)’ 차단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제 지침을 만든다.

심사지침 제정과는 별도로 지난해 11월 닻을 올린 ICT 분야 전담 TF도 계속 가동된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이 팀장을 맡고 있는 이 TF는 온라인 플랫폼·모바일·지식재산권 등 총 3개 분과로 구성됐다. 조 위원장은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독점 시장을 조성하려는 속성을 지닌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경제에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수평적 구조와 수직적 구조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다”며 “수평적으로 혁신경쟁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의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온라인 분야의 새로운 불공정행위를 차단함으로써 수직적 관계에서도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자진 시정’ 글로벌 OTA 제재 수위 주목

물론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기조가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ICT 산업 초기에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맞춤형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신산업의 특징을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지침을 만들면 혁신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를 더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에 나선 것은 관련 시장이 급증하면서 기존의 공정거래법만으로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공정위에 시정방안을 제출한 글로벌 OTA 역시 관광·숙박업계가 웹·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공정위는 OTA 업체의 시정방안을 토대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 간에 OTA의 최저가 보장 조항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호텔이 많은 미국에서는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돼 있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을 봉쇄하는 최저가 보장 조항에 대한 경쟁당국의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반면 유럽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중소 규모의 호텔이 훨씬 많다. 이들 호텔은 자사 상품 홍보수단으로 OTA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어 최저가 보장 조항을 규제하는 강도 역시 비교적 강하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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