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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G2는 없다

김영필 뉴욕특파원





구글에서 ‘G2’를 검색하면 시카고에 있다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장 먼저 나온다. 뉴스에서는 독일의 e스포츠팀 G2가 뜬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 팀의 공식명칭은 ‘게이머스2(Gamers2)’라고 한다. 줄여서 G2다. 우리가 많이 쓰는 ‘주요2개국(G2)’과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는 미중을 G2라고 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G2라는 말을 안 쓴다. 대신 중국을 가르킬 때 ‘CCP(Chinese Communist Party·중국공산당)’를 많이 사용한다. 중국이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기감은 크지만 공포는 아니다.

이유는 달러에 있다. 중국은 원유 소비의 72%를 소비에 의존하는데 석유를 살 때 달러가 필요하다. 지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의 배경에는 미국의 석유 금수조치가 있다. 미국 정부의 신의 한 수는 석유 대금결제와 달러화를 묶어놓았다는 데 있다. 기축통화의 힘이다.

월가의 자신감은 더하다. 이달 초 중국의 1조달러 규모 미 국채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을 때 월가는 코웃음을 쳤다. 미국 정부가 4월에 찍어낸 것만도 1조달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치솟고 있고 밀려드는 수요에 10년물 금리는 연 0.6%대로 역대 최저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국가보안법 관련 대응이 단계적 조치에 그쳤다고 미국을 얕보면 곤란하다. 대선 이슈가 끝나는 날, 트럼프는 무지막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



군사력도 그렇다. 엊그제 미 상원 지도부가 중국에 “군사적으로 덤빌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전력에 대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워게임에서 중국에 진다지만 이는 군사비 확대를 위한 구실에 가깝다. 21세기에도 미국의 패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조선은 명·청 교체기와 구한말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큰 시련을 겪었다. 이 때문인지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급부상은 한국 사회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전환기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왔다. 물론 그 사이 경제적 이익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문재인 정부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와 북핵 문제에 있어 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우리의 이익을 찾는 전략을 펴왔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왜 홍콩 인권에 아파하지 않겠는가. “미국 덕에 잘사니 돈을 더 내라”고 자릿세를 요구하는 트럼프도 좋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막히고 있다. 신냉전에 돌입한 양국이 줄 세우기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을 뺀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우리나라의 가입을 종용하고 있고 중국 문제를 논의한다며 G7 회의에 우리를 초청했다. 반면 중국은 사드 기지의 요격미사일 교체에 대해 단계적 처리 약속을 따르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달러 없이는 살 수 없다. 금융위기 때나 이번 코로나19 침체 때도 급등하는 환율을 막은 것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였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등지고 버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동북아에서 주한미군의 의미는 더 크다.

대중 수출 비중 25.1%가 말해주듯 이 선택은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두 나라가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선택의 순간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G2는 없다.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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