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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 지원 무기...韓조선 텃밭까지 넘보는 中

건조비용 최대 80% 대출 공세

LNG선 등 고부가 선종도 수주

'조력자' 넘어 직접 발주하기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최대급 LNG운반선./사진제공=삼성중공업




최근 카타르 정부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프로젝트의 1차 발주가 시작될 때만 해도 세계 조선업계는 한국의 독식을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첫 수주 테이프를 끊은 것은 중국이었다. 카타르는 16척의 LNG선 건조 슬롯(도크)을 후동중화조선에 맡겼다. 3조4,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쇄빙 LNG선 10척 수주전에서도 절반인 5척은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가져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이 거세다. 고도의 선박 설계·건조기술을 필요로 하는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 3사가 지배해왔지만 최근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기술력으로만 따지자면 한국이 여전히 4~8년 이상 앞서 있지만, 중국이 압도적인 선박금융으로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은행은 외국 선주를 대상으로 신용보증과 선가 절반 이상의 금융지원을 제공하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넣고 있다.

중국 청도의 한 조선소에서 근로자들이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선박금융의 주요 ‘플레이어’가 유럽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0년 글로벌 선박금융 시장에서 35%를 점하며 1위를 기록했던 독일은 2018년 비중이 12.8%까지 낮아졌다. 중국은 같은 기간 6.9%에서 15.3%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독일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꿰찼다.

중국 선박금융의 성장은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전에서 자국 조선사의 경쟁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카타르 LNG선과 러시아 쇄빙 LNG선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 선가의 60%에 대해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건조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중국 수출입은행의 경우 중국 내 건조 비중이 50%가 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선수금 대출을 해주고, 중국 내 건조 비중이 15% 이상일 경우 연지급 방식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수출입은행이 카타르와 러시아의 LNG선 발주에 금융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경기둔화 우려 등 자금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지원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선박금융은 ‘조력자’ 역할을 넘어 선박을 직접 발주하는 ‘선주’로도 나서고 있다. 은행이 선박금융전문 리스회사를 설립해 선주가 돼 선박을 발주하고 선사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것이다. 민생은행의 자회사인 민생파이낸셜리싱과 공상은행의 자회사인 ICBC 리싱의 경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 발주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도 중국 리스업체들은 신조선 발주에 나서면서 자국 조선소들의 일감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며 “올해 1~4월 누적 수주량에서 중국이 한국을 제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선박의 앞부분이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 정부의 계속되는 금융지원 공세를 견디려면 마찬가지로 금융 지원의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과거 부실의 ‘주홍글씨’ 때문에 은행들의 외면을 받으며 운영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선박건조는 배를 실제로 인도하는 마지막 시점에 선주로부터 선박 대금의 절반 이상을 받는 계약(헤비테일)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자재·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확보해야만 배를 지을 수 있다. 선투입 자금이 없으면 수주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운 구조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가 이뤄지는 우량업체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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