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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 "신약개발 금광 캐려면 '뇌 속의 블랙박스' 찾아야"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학문 간 융합적인 사고 필요

초격차 시대 승자독식 이어져

도전과 협력이 성과 이끌어내"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 참석한 이진형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치매와 같은 중추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보물찾기’에 가깝습니다. 수많은 후보물질을 일일이 실험하며 약효를 확인하는데, 중추신경계 약물은 다른 질환과 비교했을 때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20년에 약 하나 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야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30일 ‘서울포럼 2020’ 부대행사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이진형 교수와 함께하는 지식의 성찬’에 참석해 “전자공학으로 뇌를 분석해 회로와 같은 시스템을 찾아내면 약물이 몰려 있을 만한 ‘금광’을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뇌 회로 분석을 통한 치료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생물학·의학과 초격차’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 정구민 SK바이오팜 신약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기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최근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따내고 미국 시장에 출시한 SK바이오팜의 정 소장은 “중추신경질환의 경우 정량적인 진단 도구가 부족한 편”이라며 “기존의 의약품 개발 방식으로는 약을 개발하면서도 제대로 작용하는지, 어떤 환자에게 약효가 더 잘 드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역시 일반적인 중추신경계 약물뿐 아니라 디지털치료제 등 바이오산업 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고자 하는데, 바이오산업의 영역이 너무 넓어 어떤 분야를 택해야 할지 회사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바이오산업 구조가 점차 ‘승자독식’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새로운 것들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가 존재하는 시대에는 대담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초격차가 있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좋은 파트너를 찾아 함께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으로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1조원이 넘는 금액에 기술수출한 유한양행의 오 연구소장은 “중추신경계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와 손잡고 중추신경계 약물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집중했던 대사질환·항암제와 다른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만큼 오픈이노베이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신테카바이오의 김 대표는 “5세대(5G) 이동통신, AI의 발달 등으로 전자공학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분야를 신약 개발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인 김 대표는 “전기공학과 뇌를 접목해 뇌 속의 블랙박스를 찾아가는 개념이 새롭다”며 “다양한 학문의 융합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추신경계 약물의 경우 많은 제약사가 도전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출발선이 같은 만큼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김 대표는 이에 “치매 치료제만 해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수많은 임상시험이 전부 실패했다”며 “새로운 메커니즘의 치료제가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라클사이언스는 면역을 강화해 신경 미세 환경의 개선을 촉진시켜 알츠하이머를 개선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SK바이오팜의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미국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연구자와 바이오벤처가 더욱 과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돈이 적게 들고 리스크가 없으면서 초격차 기술도 낼 수 있는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 참석한 이진형(가운데)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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