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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2020] 팬데믹-금융 급속 융합...정부 민간 손실부담 나눠야”

코로나 따른 손실, 민간·정부 공동 부담해야

네이선 울프(오른쪽) 메타바이오 이사회 의장과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더 자주,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팬데믹을 완전히 차단할 길은 없습니다. 팬데믹을 이해하고 민간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학기술과 정부, 민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세계적 바이러스 학자인 네이선 울프 메타바이오타 이사회 의장은 3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20’ 기조강연에서 팬데믹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서울포럼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일부 강연을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울프 의장은 꼭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날 오프라인 강연 자리에 섰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내 커리어의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해외에서 팬데믹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이번 한국행을 고민하기는 했지만, 서울이 방역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이 상황을 경험하고 싶어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방한 배경을 설명했다.

울프 의장은 세계가 팬데믹이 확산하기 쉬운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영향이 국지적이었지만 국가 간 수출입이 활발하고 해외 이동이 잦아진 지금은 그 영향력이 전 지구적”이라며 “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초격차를 가질 수 있는 조건으로 울프 의장은 ‘회복 탄력성’을 제시했다. 그는 “팬데믹 대응은 단순히 보건위기 대응이 아닌 경제위기에 대한 방어로 이해해야 한다”며 “주목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지만 지난 10년 동안 저와 회사(메타바이오타)는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 노출 문제를 경고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바이러스 연구와 금융 산업은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팬데믹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실제로 시판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울프 의장이 지난 2009년 창립한 메타바이오타는 전염병 데이터뱅크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는 “한국은 메르스가 발생했을 당시 국가 여행자보험을 만든 첫 번째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나라”라며 “해당 보험이 메타바이오타와 파트너사가 함께 제공한 것이었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울프 의장은 팬데믹 리스크 시스템에 과학계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팬데믹으로 영업을 중단했을 때 손실을 보전해주는 휴지보험이 있다”며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런 리스크를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울프 의장은 이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을 민간과 함께 부담하는 백스톱(후방 방어벽)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팬데믹 연구는 물론이고 관련 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울프 의장은 끝으로 팬데믹 대응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팬데믹 대응이나 백신, 심지어 마스크 쓰는 것이 정치적 이슈로 변질하고 있다”며 “보건 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코로나19는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이 퍼져나간다”고 일침을 가했다.

울프 의장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의 대담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노 이사장은 “야생에서 바이러스를 찾는 일을 주로 하셨는데 그런 일을 통해서 팬데믹의 위험성을 알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후보인지 추려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울프 의장은 이에 “바이러스가 팬데믹 가능성이 높은지 확실히 알기는 어렵지만 해당 바이러스에 변종이 많은지, 확산 가능성이 높은지 등은 연구할 수 있다”며 “20년 전에는 진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이 어딘지, 동물군에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나오는지,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등을 알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지금은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진척도가 많이 높아졌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이사장은 이어 “저서인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국제적인 면역 시스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게 지금 잘 작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울프 의장은 “정치적 도전이 있다.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러한 연결 없이는 살 수 없다”며 “지금은 인류의 존재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이사장은 앞으로 닥쳐올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울프 의장은 “기업 지도자, 정부 지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줄이려면 아까 말씀드린 금융적 백신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울프 의장은 이어 “한국은 이미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개척하고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메르스에 대응하면서 보험상품·보험정책을 마련했듯이 기획재정부나 다른 관련 부처에서 이러한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윤선·이경운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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