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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자처한 朴시장 '성추행 피소' 압박감 못 견딘듯

여성 인권변호사로 명성 쌓으며

국내 첫 '성희롱 재판' 승소 이끌어

시장 취임해선 '성평등정책' 추진

여성단체 "안타까워…의혹은 규명"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에 오른 다음날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 전직 비서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의 개연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이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성추행 혐의 피소 건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박 시장이 성추행 피소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며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다. 박 시장은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1980년대에는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부천경찰서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한 바 있다.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에도 그는 줄곧 성평등정책을 강조해왔다. 모든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목표로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시의 모든 예산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고 성평등 관련 조례 제정과 여성건강지원센터 설치, 싱글 여성을 위한 안심주택 보급정책 등도 내놓았다. 지난해 1월에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도 “성평등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해왔다”며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왔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에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박 시장은 ‘여성 인권의 챔피언(투사)’으로 여겨졌다”며 “그런 이유로 박 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의혹이 전국에 더욱 큰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한때 인터넷에는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고소장으로 추정되는 글이 나돌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고소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수년간 박 시장에게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글이 고소인이 작성한 글이 맞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A씨의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여성단체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보이면서도 성추행 의혹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 이사는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며 “피고소인이 사망했어도 어느 정도의 조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상·김태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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