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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스크로 개조되는 터키 성소피아… "관광객들도 관람은 가능"

터키 최고행정법원 "성소피아 박물관 지위 박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스크 개조 행정명령 서명"

유네스코 포함 세계 곳곳에선 "전통 무시"라며 비판

터키 최고행정법원이 이스탄불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성소피아 성당의 박물관 지위를 취소한 10일(현지시간) 성당 앞에 모인 이슬람 신자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성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AFP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결국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꾼다. 성소피아의 ‘박물관’ 지위를 박탈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종교적 보수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높이려는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세계 곳곳에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는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술탄 메흐메트 2세의 개인 재산이었다”며 “공화국 수립 이후 술탄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 소유물이자 모스크로 대중에게 개방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그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다고 볼 수 있어 그 외의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성소피아의 박물관 지위를 박탈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세계적인 문화유산 성소피아 박물관./AFP연합뉴스


이로써 네 번째로 지위가 바뀌게 된 성소피아의 역사는 이렇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537년 성소피아를 대성당으로 건립했다. 하지만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자 성소피아는 오스만 제국 황실의 모스크로 개조됐다. 이후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자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내각회의에서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 다음 해인 1935년 성소피아 박물관이 개장한다. 이렇게 두 종교의 역사가 혼종하는 성소피아는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연간 400만명이 찾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다. 1985년엔 성소피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성소피아의 모스크 화(化)’는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집권 이후 줄곧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집권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모스크 개조가 진행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교적 보수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높이려고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대로 10일 법원의 판결을 들은 이슬람 신자들은 성소피아 앞에 모여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인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환호했다.



10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고 서명한 행정명령./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트위터 캡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0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행정명령에는 모스크로 개조될 성소피아를 터키 종교청 디야네트가 관리하고 이슬람 신자의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터키 정부가 성소피아를 모두에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해 이슬람 교인이 아닌 관광객들도 성소피아를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은 이 놀라운 문화유산이 서로 다른 종교와 전통,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정교회 교구인 러시아 정교회 역시 “터키는 수백만 정교회 신자의 우려를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성명을 통해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유네스코 역시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것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유네스코 대변인은 이날 최고행정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세계유산 등재는 많은 약속과 법적 강제를 수반하는 일”이라면서 “해당 국가는 특정 조치가 해당 문화유산의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에 특정 조처를 하려면 유네스코에 사전 검토를 요청해야 하고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심사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성소피아 박물관을 특정 종교의 건물로 만들면 세계유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키에서 제기되자 터키 정부는 모스크로 전환하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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