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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관리의 첫 단추는 부부관계에서 시작

마흔부터는 현명하게, 오래, 살기 위한 돈공부, 사람공부 시작

재직 중 준비한 것들이 인생 2모작 마중물

재테크 외에 정신적 건강, 사람들과의 관계형성법 등도 고민해야


백수의 등급을 들어봤는가. 태권도의 검은띠 밑에 품띠가 있고 그 밑에 빨간띠가 있듯 백수 세계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최상위 계급은 ‘화백’으로 화려한 백수의 약자다. 일이 없을 뿐이지 원하는 골프, 해외여행(심지어는 애인과의 밀회까지) 등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백수다. 초우량 자산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반백’이다. 화백의 절반 정도로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넉넉한 은퇴자를 뜻한다. 대다수 은퇴자들의 꿈이 대략 이 지점에 형성돼 있다.

세 번째 계급부터는 그 의미가 다소 측은해지기 시작하는데 ‘불백’이다. 집에서 칩거하고 있다가 누군가 불러주면 나가서 킬링 타임을 하는 ‘불쌍한 백수’를 말한다. 안타깝게도 준비하지 못한 퇴직을 맞은 이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네 번째 계급은 ‘가백’이다. 주로 집에 머물면서 손자, 손녀랑 놀면서 아내가 외출하면 ‘잘 다녀오세요’라고 문안하는 가정에 충실한 백수다.

마지막은 최근 들어 신설된 계급이 있으니 ‘마포불백’이다.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라는 뜻이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백수 등급을 가만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1~2계급은 속칭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엇갈리는 데 반해 3~5등급은 평생 친구이자 인생의 반쪽인 아내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등급이 구분된다는 사실.

<마흔 이후는, 사람공부 돈공부>의 작가 박길상은 퇴직 후 인맥관리는 아내와의 관계정립에서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며칠 앞두고 그는 기자에게 “저의 집안의 태양과 함께 가도 되는지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태양이 누굴까. 인터뷰 당일 박 작가는 아내와 함께 라이프점프 본사를 찾았다.





-자기 소개 부탁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일했다. 퇴직 후 자회사, 금융공기업 등에서 일하다가 책을 썼다. 최근엔 대학교 명강사 과정을 수강하면서 강연자로서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요청 감사 드린다.”

-사모님과 함께 와주셨다. 함께 다니시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다. 조심스럽게 은행원 커플, ‘대체방’이신 걸로 추정해본다.

“앗! 어떻게 아셨나? 대체방이란 단어를 아는 것도 의아한데.”

-과거 금융부에서 은행 출입할 때 배웠던 용어다. 대체방이 같은 회사 행원끼리 결혼하는 것이고, 다른 회사 행원 간 결혼을 뭐라고 하더라...

“그건 ‘교환방’이라고 하지. 은행 내 계정처리를 대체라고 하는데 다른 은행 간 수표, 어음을 정산하는 걸 교환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다. 우린 국민은행 신림동 대체다.”

-한번 더 추정을 하자면, 신림동 지점에서 연애하시다 결혼하셨고 이후 사모님께서 먼저 은행을 나오신 것으로...

“그 당시 은행 분위기가 그랬다. 경영이 힘들어지면 부부행원 중 아내가 먼저 퇴사했지. 아, 그런데 오늘을 위해서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왔는데 해봐도 되나?”

-그런 창의적 발상은 언제나 환영이다. 삼행시까지 지어오셨다니 영광이다. 얼마든지 말씀해주시라.

“박! 박력 있고 용기 있는 남자. 길! 길게 보고 깊게 보는 남자. 상!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더욱 멋있는 남자 박길상 인사 드린다. 우리 아내도 준비해왔다.(하하)”

-(하하) 즐거운 인터뷰가 될 것 같다. 사모님께도 삼행시 부탁 드린다. 더블 영광이다.

“아, 조금 부끄러운데.(호호) 권! 권위 있고 품위 있는 명강사. 영!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명강사. 희! 희망차고 보람된 미래를 추구하는 명강사. 권영희입니다.”

-명강사? 사모님께서도 지금 하고 계신 일들이 있으신가 보다.

“남편 권유로 명강사 과정을 수강했다. 은행을 관두고 딸 둘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딸들이 결혼하고 나니깐 목표가 사라지면서 삶의 의욕이 사라졌었다. 명강사 과정 수료하면서 공부도 하고 강연 기회도 얻었었다. 그런 일을 해보니깐 뭐랄까. 동기부여가 되더라. 실력을 더 쌓아야겠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 이런 목표가 생겼다. 생활의 활기가 다시 생겨나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신 것은 박 작가께서 출간한 책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서다. 책 소개 부탁 드린다.

“제가 어렸을 때 양말 한짝 마음 편히 사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시골(경상북도 청도군) 살다가 대구로 유학가서 대구상고를 나왔다. 기성회비 면제 받으려고 도서관 사서 담당을 3년 간 했는데 그때 많은 책을 읽었다. 그때 어렴풋하게 나중에 나도 책을 내야지, 싶었다.

일본에는 마흔 이후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마흔이란 나이를 거쳐오면서 틈틈이 기록해 놓았던 것들이 있다. 은행원은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 관찰하는 버릇이 있어서인지 그때 그때마다 메모로 남겨뒀던 거다. 그걸 토대로 인생 선배가 전하는 이야기 컨셉의 책을 내게 됐다.“

-그렇구나. 오랜 시간의 기록이 담긴 책이라니 뭔가 작가만의 고유한 생각이 들어있을 것 같은데.

“퇴직하고 나니깐 무엇보다 인맥관리가 중요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 있으면 뭐해, 할 일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는데. 평생 인맥관리 어떻게 해왔느냐에 따라 퇴직 후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인맥관리 잘하는 법? 내가 볼 때 첫째는 무조건 부부관계다. 여기서 삐걱거리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보나 마나지.



내가 강조하는 두 번째 인맥관리는 인사 잘하기다. 두 번째 보는 사람한테는 무조건 먼저 인사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웠다.“

-라이프점프는 4050 일자리 전문매체를 표방한다. 작가님 연배의 분들을 만날 때면 빠짐없이 드리는 질문이 있다. 퇴직 후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를 맞이했을 때 심경은 어땠나.

“되돌아 보면 나는 큰 위기 없이 안착한 케이스인 것 같다. 백수 등급 이야기 들어봤지? 화백, 반백, 가백... 농담처럼 들리지만 퇴직한 사람들에겐 현실적인 이야기다.

나는 퇴직 전부터 틈틈이 퇴직 이후를 대비했던 것 같다. 퇴직 전에는 퇴직금 중간정산 받아서 강남에 아파트도 하나 마련했고 몇 년 간은 여유롭게 친구들이랑 여행 많이 다녔다. 그러다 국민은행 자회사에서 일할 기회도 얻고 이후엔 주택금융공사에서 일했다.“



-원래 꼼꼼한 성격이신가. 아니면 부지런한 건지.

“내 이력 중에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게 있다. 내가 철인3종 경기 풀코스를 여러 차례 뛰었다. 마라톤은 10번 넘게 뛰었고. 그게 알려지면서 사보에 실리기도 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런 도전을 하는 게 재밌었다. 아, 내가 개인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박길상닷컴이라고. (하하) 가족들과 찍은 사진부터 소소한 생각들을 기록해왔던 거다. 부모님에게서 좋은 것을 물려 받아서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체력이 상당히 좋다.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두 분이 손 잡고 이 곳에 함께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심으로 보기 좋으시다. (하하) 원래부터가 긍정적인 성격이신가.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사물을 보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다음에 밥이나 한번 먹자“라는 말은 약속이 아니다. 만난 그 자리에서 언제, 어디서, 몇 시, 무엇을 먹자고 서로 맺는 것이 약속이지. 언뜻 보면 무척 급한 성격처럼 보일 수 있는데 진실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라고 봐주면 감사하겠다.”

"마흔 이후는, 사람공부 돈공부"의 작가 박길상은 퇴직 후 인맥관리는 아내와의 관계정립에서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며칠 앞두고 그는 기자에게 “저의 집안의 태양과 함께 가도 되는지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태양이 누굴까. 인터뷰 당일 박 작가는 아내와 함께 라이프점프 본사를 찾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재테크 가 #노후준비 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인간 관계의 출발은 결국 #부부관계 이며, 기본에 충실하라고.


-진실 되게 사람을 대하라. 이게 책에서 전하고 있는 사람공부 메시지인 것 같다. 이제 돈공부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평소에 준비를 하라, 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일산에 오래 살았다. 일산에서 교대역 학원까지 3년을 오갔다. 왜? 경매 공부하려고 그랬지. 그때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3건의 경매를 진행했다. 자랑 한번 하자면 모두 성공적인 투자였다. 퇴직하고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 근본이 됐다.“

-은행에서 오래 일하셔서 종잣돈이 있어서 가능했던 건가. 작가의 투자전략을 모든 퇴직자가 따라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경매로 성공했던 것은 종잣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경매과정을 공부하고 관련법을 숙지한 영향이 컸다.

게다가 퇴직 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은행 자회사,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정기적인 소득원을 만들었다.

퇴직 당시 자식들이 모두 대학생이었는데 들어갈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이 없으니 얼마나 막막했겠는가. 게다가 자기계발 한다고 대학원이다, 학원이다, 학습과정 같은 거에 등록하면서 내가 쓰는 돈도 많았다.

그래서 나가는 돈을 아끼자고 결심했고 퇴직 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이 모임통장을 모두 해지한 거였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애고 시작하자란 생각에서였다.“

-작가님과 비슷한 연령대 분들을 주로 무엇을 하고 지내나.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은행 동료들을 보면 소일거리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간혹 장사 하시는 분들도 보게 되는데 많지는 않은 것 같고. 다만 나는 장사, 사업 같은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신감 없으면 안 하는 게 낫다, 란 신조가 있어서 주식도 안 했고.”



-마지막으로 퇴직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인생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퇴직했을 때 내 나이가 55세였다. 일하고 싶은 만큼 일했고 나이도 상당하구나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깐 너무 젊은 나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나이 70이 넘었다. 난 더 오래, 지금만큼 건강하게 살 것 같다. 건강을 향한 욕망은 누구나 있잖나.

식스팩 만들고 싶어서 피트니스도 오래 했다. 150만원 들여서 6개월 간 운동에 매진했고 그 결과 지금 내 배에는 왕(王)자가 있다. (하하)

지금까지 노후준비는 재테크만 잘 해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겪어보니깐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재테크 외에도 정신적 건강, 사람들과의 관계, 이런 무형의 것들이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유쾌한 인터뷰여서 질문 하나만 더 하자. 포부 같은 게 있을까.

“내가 지금 이화여대 명강사 과정을 듣고 있다. 6개월에 250만원 비용이 드는 만만찮은 일인데 요즘 이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을 마치고 나면 성공하는 인생을 설파하는 강사로서 일을 이어가고 싶다. 아, 하나 더 말씀드리면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데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곁들인 역사서를 써보고 싶다.”

/박해욱 기자 서민우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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