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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다 잘린 윤석열…살아있는 권력에 칼 겨눌 수 있을까

■법무부, 검사장급 인사

'윤 총장 라인' 줄줄이 지방좌천

대검 참모진 구본선·이주형 등

광주고검·의정부지검 등으로 이동

친정부 코드·호남출신이 요직 꿰차

일각 "권력형 비리 수사 되겠나" 탄식

추미애(왼쪽) 법무무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친정부·호남 출신 검사장들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을 반년 만에 대거 교체해 지방으로 발령하면서 ‘총장 힘 빼기’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검언 유착’ 수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수사 담당인 이정현 1차장을 대검 공공형사부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친정부인사로 꼽히는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고검장으로 승진해 대검 차장에 선임됐다. 검언 유착 수사를 맡았던 검사와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검사들이 대거 승진했다.

7일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26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추 장관 취임 직후 시행한 지난 1월 인사 이후 두번째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동기인 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추 장관의 참모였던 조 국장을 승진시켜 대검 차장을 맡겼다. 윤 총장은 참모진 대거 교체와 함께 이 중앙지검장과 조 차장 사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신임 대검 참모진 역시 이 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로 채워졌다.

검찰 인사·예산을 짜는 법무부 검찰국장도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맡았다. 심 부장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와 관련해 ‘상갓집 항명사태’를 빚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다. 더욱이 이 지검장, 조 국장, 심 부장은 전북, 신 차장과 이 차장은 전남 출신으로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호남 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대거 포진하게 됐다.

반면 소위 ‘윤석열 사단’이거나 ‘특수통’인 검사들은 대부분 유임시키거나 지방으로 내려보냈다. 윤 총장의 초대 대검 참모진이었던 박찬호 제주지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은 유임됐다. 특수통인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성 전보 인사가 이뤄졌다.

"어차피 인사는 추미애 뜻대로"…정부 겨냥한 수사 무력화 우려




7일 단행된 검사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립’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며 공정·투명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윤 총장 측근인 대검 간부들의 지방행(行)이었다. 그 자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측 인사나 친(親)정부 성향이 강한 인사로 채워졌다.

게다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진두지휘한 이들이 주요 요직을 꿰찼다. 이는 해당 수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정치적 공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인사 자체가 이른바 ‘어인추(어차피 인사는 추미애 장관 뜻대로 가는 것이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친정부 인사들로 주요 보직을 채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앞으로 현 정부나 측근 인사를 겨냥한 수사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관심을 모았던 이 지검장의 자리 변동은 없었다. 한때 그의 거취를 두고 승진이냐, 좌천이냐는 말이 돌았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밝히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유임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검장을 인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말이 나온다. 오히려 수사를 담당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공공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지검장과 손발을 맞춰온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 역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대검 요직 가운데 하나인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지검장의 유임과 서울중앙지검 1·3차장 승진은 이들에 대한 추 장관의 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조남관 법무부 검찰 국장 역시 고검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차장으로 선임됐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발표된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윤 총장 참모진이 줄줄이 좌천되면서 고립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본선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광주고검장, 이주형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의정부 지검장으로 이동했다. 노정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청주지검장, 김관정 형사부장과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서울동부지검장과 전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검 참모진 가운데 요직을 차지한 것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옮긴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뿐이었다. 올 1월 ‘윤석열 학살 인사’ 때 현 자리로 온 심 부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 문제 등에서 ‘조국 불기소’ 의견 등을 내며 윤 총장의 방침과 다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윤 총장 고립이나 2차 인사학살이라는 말이 도는 것은 대검 간부들 상당수가 좌천됐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윤 총장 라인이자 특수통으로 꼽히는 인사들도 검사장 승진인사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1월 인사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윤 총장 참모진을 단 6개월 만에 교체하면서 이른바 총장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특수통으로 꼽히는 주영환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은 승진 인사에서 탈락했다.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은 자리를 지켰으나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조재연 수원지검장은 대구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됐다.

반면 앞서 추 장관이 강조했듯 특수통으로 꼽히는 검사들보다 형사·공판 출신 검사들이 중용됐다. 이철희 광주지검 순천지청장과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 등이 승진한 게 대표적 예다. 말 그대로 특수통은 지고 형사·공판 출신이 뜨고 있는 모양새인데 면면이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인사에서 두드러진 점 가운데 하나는 호남 출신의 약진과 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비워뒀다는 것이다. 조 법무부 감찰국장이 대검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그 자리는 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차지했다. 두 사람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 지검장까지 포함하면 요직 가운데 3곳을 호남 출신이 차지했다. 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서울고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석으로 남겼다. 이를 두고 앞으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장 자리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검 차장이 없어도 업무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자리를 없애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이번 인사 자료에서 “검사장 직급 축소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수사권 개혁에 따른 형사사법시스템의 변화로 대검찰청 인권부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개편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권형·안현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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