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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폭등할 것”…세입자도 반대 목소리 낸 '상가임대차법'

설익은 법안에 '수혜자' 조차 반대 목소리

강제성 없는 '인하요구권' 실효성 지적

6개월 연체 허용도 "보증금 인상 부메랑" 우려

"임대인-임차인 감정 싸움만" 설익은 정책 비판 커져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겨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폐업한 상가들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서울경제DB




“강제성도 없는 임대료 인하 요구권을 실제로 사용하려는 자영업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임대인이 거부하면 그만인데, 가게 뺄 생각으로 시도나 해보자는 것 아니고서는….”

“기존 3개월 연체 허용에 이번에 추가로 6개월 연체가 허용되면 최장 9개월인데, 연체된 월세를 보증금에서 다 까고도 모자랄 수 있겠죠. 이런 걸 감안해서 앞으로는 보증금을 대폭 높이려 하지 않겠습니까.”

◇ 임대료 인하권에 추가 연체 허용까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 구제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이다. 당장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당수 반응은 근본적인 자영업자의 피해 대책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임대차3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주택 시장 부작용을 초래한 상황에서 상가임대차 시장에서도 설익은 법안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만 유발한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고, 법 시행 후 6개월 간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해도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3개월 연체까지는 계약 해지 사유로 보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로 6개월이 더해지면 최장 9개월까지 월세를 밀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상가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상당수 임대인들이 월세를 인하해주고 있는데 추가 인하 요구에 연체 장기화까지 더해지면 소규모 건물 임대인들은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제도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건물 자체의 가치 하락이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임대인은 “정부가 코로나19로 영업 정지 처분을 해놓고 그 피해는 임대인에게 지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문닫은 상가에 권리금 없이 임대를 내놓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서울경제DB




◇ 반기지 않는 임차인들…“가게 뺄 거 아니면 시도도 못할텐데” = 수혜 대상인 임차인들도 이번 법안에 대해 마냥 반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개정안이 근본적인 자영업자 지원책과는 거리가 멀고, 임대인과 갈등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임대료 감액청구권의 경우 임차인이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임대인이 받아줘야 할 강제성은 담고 있지 않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정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임차인은 “임대인이 거절하면 감정만 상할 뿐 그 이상 진행은 힘들 것”이라며 “건물주에게 밉보여 가게를 뺄 각오가 아니라면 시도도 못할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6개월 연체 허용’ 또한 임시조치 이후에는 보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체 기간을 늘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연체된 월세는 보증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임대인 입장에서는 비슷한 조치가 되풀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 향후 보증금을 대폭 올리려 할 수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체된 월세가 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 대출을 끼고 소규모 건물 한 채를 산 임대인들은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건물을 경매에 내놓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한 자영업자는 “경매로 넘어가면 결국 더 큰 부자들이 ‘줍줍’해가고 비용 회수를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도 작은 건물 하나를 갖는 게 목푠데, 빈부격차만 더 커져 그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장사가 안 돼 일부러 월세를 연체해 계약 해지를 하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지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설익은 지원책이 오히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료 인하 요구권은 하한선이 없고, 반대의 경우 임대인의 증액 요구권은 반영되지 않는 등 법안 자체가 부실하게 설계돼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만 늘릴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라면 국가에서 재원을 마련해 지원해야지 이런 식의 접근은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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