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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 숙련공 뺏길라"...일진머티리얼즈 '속앓이'

경쟁사 SK넥실리스 공장 후보지

일진 말레이 쿠칭 공장과 가까워

30년전 대규모 이직 재연될까 걱정

SK넥실리스 "아직 결정안돼" 반박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핵심 소재인 동박 모습. 회전 드럼에 구리를 입혀 말아내는 방법으로 제조된다./서울경제DB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동박(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을 만드는 중견기업 일진머티리얼즈(일진)가 남모를 속 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경쟁사인 SK넥실리스가 연내에 해외 공장 신설부지를 확정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최근 전북 정읍공장을 언론에 전격 공개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빠르게 성장하는 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읍공장에는 더는 공간이 없다”며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주 지역을 대상으로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SK넥실리스는 최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인근에 공장을 신설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9월 11일 16면 참조

SK넥실리스측은 세제 혜택 등 입지여건 등을 따져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론 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일진이다. SK넥실리스가 검토중인 신규 부지중 하나가 일진이 4년 전 진출한 쿠칭시 동박 공장과 10㎞ 거리에 있어서다. 지난 1989년 SK넥실리스의 전신인 LG금속에 15명의 숙련공을 빼앗겼던 기억이 ‘앙금’으로 남아 있는 일진으로서는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진은 당시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동박을 국산화하기 위해 1978년부터 연구·개발(R&D)에 매진해 10년여 만인 1989년 양산에 성공했다. 일진은 곧바로 전북 익산에 공장을 짓고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는데 후발주자인 LG금속이 1996년 일진 익산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정읍에 공장을 지으면서 핵심 숙련공 15명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바람에 공장 가동에 애를 먹었던 트라우마가 있다.

일진은 SK넥실리스가 쿠칭시 인근에 공장을 신설하면 수율 관리 등의 노하우를 익힌 엔지니어와 숙련공이 대규모로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불안해 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SK넥실리스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 등의 파격적인 복지조건을 내걸면 일진 공장 가동의 핵심 인력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진 관계자는 “온도, 습도 등이 최악 조건인 말레이시아에서 동박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며 “모두가 (말레이시아에서 동박 생산은) 실패할 것으로 얘기할 때도 묵묵히 현지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이제 와서 (SK넥실리스가) 인근에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진과 SK넥실리스는 기술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은 자신들이 최고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6㎛ 두께 동박, 2017년에는 5㎛ 두께 동박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 동박을 30㎞ 길이로 양산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4㎛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수준이고,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16㎛)의 4분의 1 두께다. 동박이 얇을수록 쉽게 찢기고 주름이 생길 수 있어서 동박을 얇고 길게 생산하는 데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반면 일진은 국내 최초로 1.5㎛ 반도체용 초극박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미쯔이가 독점해 온 제품인데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 세계에서는 두 번째라는 것이다. 양점식 일진 대표는 “초극박은 동박 업계에선 궁극의 기술로 세계적으로도 양산에 성공한 회사는 미쯔이가 유일했다”며 “이번 국산화 성공으로 수입 대체효과는 물론 경쟁업체가 넘볼 수 없는 초 격차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쪽은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을, 한쪽은 반도체용 동박의 기술우위를 서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 SK넥실리스 대표와 양 일진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박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SK넥실리스 측은 “현지서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사라왁주가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며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고 최종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진이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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