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진입을 앞두고 각 분야에서 남성 지배적 구조를 깨기 위한 여성들의 힘든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치, 사회, 과학 등 여러 방면에서 역사의 진보를 위한 힘든 투쟁이 있었다. 디자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언뜻 생각하기엔 여성이 상대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쉬워 보이나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꼽히는 샤를로트 페리앙은 파리장식미술학교 졸업 후 면접을 위해 르 코르뷔지에를 찾았다가 “여기는 쿠션에 자수를 놓는 곳이 아니다”라는 모욕적 언사를 들었고, 미국 디자이너 레이 임스는 늘 ‘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배우자’로만 소개됐다.
‘우먼 디자인’은 디자인 산업계에서 편견을 깨고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지마 가즈요, 뮤리얼 쿠퍼, 노마 메릭 스클레억, 자하 하디드 등 업계의 보수성을 돌파하기 위해 평생 노력한 이들의 사례가 담겼다.
책은 선구자들의 노력과 업적에도 여전히 디자인 업계에는 편견의 벽이 공고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벽을 깨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우먼 디자인’의 한국어판을 펴낸 민음사는 책 번역과 편집, 디자인, 타이포그래피를 모두 여성 전문가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2만6,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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