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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투자의 창]고용안정 책무와 한국은행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추구했던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변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구조적인 저성장·저물가 환경이 고착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대응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사회학적인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주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경제재정소위원회가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1조 1항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제1조 2항이 2011년 추가됐다. 최근 발의된 개정안은 제1조 1항에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병렬로 해야 한다는 안과 제1조 2항에 금융안정과 함께 명시하자는 안이 모두 존재한다.



글로벌 중앙은행 중에서 고용을 명시한 사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가장 대표적이다. 연준(Fed)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동등한 이중책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정책목표를 갖고 있는 나라는 영연방 국가들인 호주(RBA)·뉴질랜드(RBNZ)가 있다. 이들 중앙은행은 오히려 금융안정은 하위 정책목표로 포함하고 있다. 연준은 나아가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물가보다 고용으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유로존(ECB)·영국(BOE)·캐나다(BOC) 중앙은행은 여전히 물가안정을 우선시한다.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에 대한 찬반은 뚜렷하다. 한편 현실적인 제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리정책에 치우친 한국은행의 정책 수단에 대한 한계가 존재한다. 점차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선별적 활용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다. 둘째, 주요 선진국과 다른 노동시장 환경과 고용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실제 실업률은 국가간 편차가 크고 구직의지가 반영되어 명시적 목표로 삼기 어렵다. 셋째, 통화정책 목표로 세 가지를 명시할 경우 이에 대한 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전세계에서 세 가지 목표를 병렬로 나열한 중앙은행은 남미 신흥국에 일부 있을 뿐이다.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당장 전격적인 변화는 다소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고용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은 중장기적으로 저금리를 지지하고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더라도 2%대 기준금리는 어려워 보이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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