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文 대통령 리더십,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평등·공정·정의'에 대한 신뢰 흔들

秋-尹 갈등 조정자 역할에 의문

국민과 소통·설득 노력도 안보여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난 24일 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대변인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결과적으로 불편과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한 이 사과에서 진심을 느낄 수는 없었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거의 일 년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고통을 받는 와중에 정부가 적기 백신 확보에 실패하자 청와대는 질병관리청 탓으로 돌렸다. K방역의 성공으로 세계 정상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한 몸에 받던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애초에 불도저처럼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온화한 모습으로 약자의 아픔을 보듬는 포용적 리더에 더 가깝다. 극렬 지지자를 제외하면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의 그런 모습을 보고 지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주택 가격 폭등, 전세 품귀 현상과 맞물리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매주 진행되는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지지세 하락을 막고 국정을 추스르려면 원인이 부동산 정책이나 백신 확보 실패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정 전반을 이끌어 가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국가의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 핵심적 리더십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 점은 분명해진다.



첫째,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철학과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국정 철학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백화점 식 입시 비리는 불공정의 전형적 사례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용 전자 문서를 폐기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정부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갈등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을 쫓아내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가 일 년이 되도록 지속됐지만 이를 조정하거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은 거의 없었다. 법원에 의해 징계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탄핵 소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 법치주의 원칙이 바로 서도록 정리해야 한다.

셋째,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은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제 많은 국민이 그것이 연출된 이미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일 년치 임대료보다 많은 비용을 들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과 같은 보여주기 행사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의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 상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윤 총장의 일관된 소신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가식 없이 진심을 말하는 태도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