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총 6쪽 분량의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북원추)’ 문건을 전격 공개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해당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 특히 정부 핵심 기조인 ‘신규 원전 건설 중단’에 정면으로 반하는 신한울 원전 3·4호기 재개를 담게 된 배경이 있었는지 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북원추’ 문건을 둘러싼 3대 의혹을 정리했다.
①'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아는 공무원이 신한울 3·4호기를 단독 검토?
산업부가 공개한 ‘북원추’ 문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건설을 백지화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생산 전력을 북한으로 송전한다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7년 2월 발전 사업 허가를 취득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탈원전을 핵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 10월 건설 중단이 결정됐다. 정부는 다방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 국가 전력 중·장기 계획인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하며 건설을 백지화해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북원추’ 문건이 작성된 2018년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주기기 제작 비용 등 총 7,900억 원가량의 손해를 입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보상 문제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산업부 내 원전산업정책과에 근무하며 이 같은 민감함을 잘 알고 있는 담당 공무원이 단독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방안을 ‘문서화’했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문건 작성 직전인 2018년 4월 ‘월성 1호기 가동을 2020년까지 2년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원전산업정책과장 등에게 ‘너 죽을래’라는 막말을 써가며 강한 질책을 했던 ‘엄혹한’ 시기였다.
따라서 당시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형성된 것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 내 기류가 다소 변했고 따라서 문건 작성자인 김 모 서기관에게도 윗선에서 이런 분위기나 지시가 전달돼 ‘북원추’ 문건이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문건이 결론 부인 말미에 ‘북한 원전 건설은 현재 북미 간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문건을 작성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건 작성 경위는 현재 관련 공무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②'북원추' 두 번째 문건만 삭제… 왜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북원추’ 문건을 작성하면서 오히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의 재개 필요성을 역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문건은 북한 원전 추진 3개 안 가운데 1안인 함경남도 금호지구 원전 건설 방안의 장점으로 ‘제작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용 원자로 등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부가 삭제를 이유로 공개하지 못한 ‘북원추’ 문건 파일의 두 번째 버전, 즉 ‘180515_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_v1.2’의 내용도 주목 받는다. 1일 산업부가 공개한 원문은 첫 번째 버전, 즉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이라는 파일이다.
산업부가 원문을 공개한 버전은 당초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해당 서기관이 산업부 사무실 내에 있는 업무용(공용) PC에서 삭제한 530개 파일 중 하나로 알려졌다가 실은 이 파일이 산업부 내 다른 PC에도 저장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개가 가능했다. 그러나 하루 뒤에 작성된 두 번째 버전은 현재 산업부 내에 있지 않고 검찰이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버전은 ‘사본’이 있고 두 번째 버전은 삭제된 것이다. 두 번째 버전이 당시 상부 보고와 피드백 등이 더해진 ‘진전된 문서’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두 번째 버전은 첫 번째 버전의 오탈자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공공기관도 ‘북한 발전소 건설' 연구 용역
산업부 산하 공공 기관인 한국가스공사가 2018년 4·27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원전을 포함한 북한 신규 발전소 건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것도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8년 7월 국민대 산학협력단에 ‘북한의 에너지 현황 및 천연가스 사업 협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보고서는 같은 해 12월 가스공사로 제출됐다.
보고서는 북한 내에 신규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적정 전원(에너지원)을 무·유연탄과 석유·원자력·가스로 나눠 분석한 뒤 원전 건설 방안에 대한 장점으로 △연료비 절감, 낮은 운영 비용 △남북 방사능 폐기물 공동 관리 가능 등을 꼽았다. 윤 의원은 “유엔(UN) 안보리의 대북 제재 상황에서 산업부에 이어 그 산하 공기업에서도 원전을 포함한 대북 발전소 건설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북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연구였을 뿐 특별한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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