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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표심'만 보는 당정...증시정책 결국 '정치 흥정' 전락

[공매도 5월부터 재개-금융위 임시회의 열어 의결]

코스피200·코스닥150 우선 허용

"재개""연장" 놓고 어정쩡한 타협

개인 주식 물량 늘려 접근성 확대

대주 걸림돌 신용공여 규제 개선

대형주부터 시행 큰 영향 없을듯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하고 대형주 부분 재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치 논리’ 때문에 경제 정책이 뒤집힌 전형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3월 공매도 재개에 강하게 제동을 건 여권의 입장이 결국 관철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개 시점이 기존 정치권의 3개월 연장과 정부의 연장 불가 의견의 중간인 ‘1.5개월 연장’으로 결정된 것 역시 ‘정치적 흥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월 2일까지 연기하고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3일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은성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3일 공매도 재개 여부를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은 공매도 부분 재개 시점을 5월 3일로 정한 배경으로 그동안 마련된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제시했다. 불법(무차입) 공매도 감시 강화 등을 위한 전산 개발, 시범 운영에 필요한 준비와 함께 불법 공매도에 대해 주문 금액 기준 과징금 및 형사 처벌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이 4월 6일인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대형주 부분 재개 결정의 이유로는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이미 회복 수준을 넘어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4월 초로 예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변경된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다시 제도 개선을 명분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시기를 늦추는 것은 순전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급팽창한 개인 투자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아시아·유럽 주요 국가 중 아직 공매도를 금지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뿐이다.



특히 공매도 재개 시기가 5월 초로 결정된 것은 공매도를 더는 연기할 상황이 아니라는 금융 당국의 입장과 공매도 재개 시기를 4월 보궐선거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여권의 입장이 어정쩡한 타협점을 찾은 결과로 평가된다. 또 지난해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일부 종목의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에 대해 금융위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부분 재개 결정이 내려진 것 역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종목 주식을 사들여 갚는 방식의 거래다. 공매도를 위해 기관·외국인 투자가는 한국예탁결제원·증권금융·증권사가 주식을 제공하는 대차 시장을 이용하는 반면 개인 투자자는 증권금융·증권사가 주식을 제공하는 대주시장을 이용한다. 이러한 공매도 거래는 정보·자금에서 앞선 외국인·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위는 대주시장 참여 증권사를 늘려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주식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증권사 대주 서비스의 걸림돌로 지적된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신용 융자와 개인 대주를 포함한 신용공여 규모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은 위원장은 "신용 융자는 가격이 하락할 때, 개인 대주는 가격이 상승할 때 손실 위험이 발생해 양자 간 가격 위험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며 "신용공여 한도가 대주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융 당국의 결정으로 대형주인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의 공매도 재개가 증시 및 향후 공매도 제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피200지수 및 코스닥150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들은 차익 거래나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위해 공매도의 필요성이 컸던 종목들"이라며 "대형주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폭락 등 개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전 종목으로 재개 범위를 확대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재개 시점에 시장이 고평가됐는지 아니면 이미 조정이 이뤄졌는지 등 시장 상황이 중요하다"며 "제도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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