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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블루칩 대신 옐로칩 유망미술가에 주목!

전문가 9명이 추천한 '뉴커머즈77인'

만39세 이하 유망미술가 엄선

미술전문 '아트인컬처'의 경향분석

새로운 조각, 메타회화, 리얼한 올바름

장종완 '가을 직전' /사진제공=아트인컬처




“이미 뜬 블루칩 거장들은 작품값이 너무 비싸잖아요. 앞으로 뜰 옐로칩 작가들이 궁금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형 전시가 줄줄이 취소된 미술계의 타격이 크다. 하지만 ‘비대면’의 일상화와 함께 급성장한 미술품 온라인경매, 작품 공동구매와 분할소유, 투자에 관심 많은 MZ세대 등 신규 컬렉터층의 유입 증가는 포스트코로나시대 미술의 새로운 기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훗날 더 빛날 유망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 양대 미술전문지로 통하는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가 앞으로의 한국미술을 이끌어 나갈 젊은 미술가들을 ‘뉴커머즈 77인’이라는 이름으로 선정해 2월호에 발표했다. 여기서 ‘젊은 미술가’는 만 39세 이하, 최소 1회 이상의 개인전 경력을 가진 작가들을 칭한다. 전문성에 현장감각을 겸비한 미술전문가 9인의 추천을 엄선했고, 최신 미술경향에 해박한 평론가 3인의 비평을 거쳐 분석한 것이라 믿을 만하다. 김복기 아트인컬처 편집인은 “‘젊음과 새로움’으로 압축할 수 있는 77인의 작품을 분석한 결과 △네오-조각 △메타 회화 △해시태그(#) 컬처 △리얼한 올바름 △마이크로 내러티브의 5가지 키워드가 도출됐다”고 소개했다.

이동훈 '고양이와 박새와 풀' /사진제공=아트인컬처


메타-조각: 조각은 늘 새롭고자 한다


젊은 조각가 이동훈은 통나무를 깎아 전기톱과 끌로 투박하게 조각을 만들고는 그 표면에 물감을 덧칠한다. 붓질하듯 나무를 깎아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지극히 예스러운 제작 같지만, 보이는 대상보다 재료 자체에 집중해 만든 형태에는 예리한 직관과 거침없는 표현력이 고스란히 담겨 현대인의 결핍과 예민한 감각을 자극한다.

조각은 새로운 재료의 탄생에 가장 민감하다. 젊은 작가들은 에폭시, 라텍스, 스티로폼 등 산업재료를 조각에 끌어들이고,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기성품에서 기념비적인 형태를 추출하는 식으로 생산 구조와 물질성을 동시에 탐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 만의 ‘새로운 조각’을 추구하는 것이 젊은 유망 조각가들의 공통점이었다. 그 결과 작품은 평면과 입체, 입체와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건축과 디자인에까지 확장되는 경향을 보였다. 아트인컬처는 “진지함 뿐만 아니라 더 깜찍하고 더 가볍고 유동적인 오브제로 장식성을 부각한 조각도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관심사”라고 밝혔다.

메타회화: 회화 그 자체로 화면을 넘다


조효리 '비하인드/어헤드(Behind/Ahead)' /사진제공=아트인컬처


화가 조효리는 여러 그림의 장면을 교차하면서 화면 너머의 공간까지 상상하고 조합해 마치 환영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러면서 캔버스 자체의 물성까지 탐구한다. 이 같은 혼성(hybrid) 미학이 담긴 그림을 일컫는 것이 ‘메타 회화’. 젊은 유망 화가들은 회화 그 자체에 대해 집중 모색하면서 회화의 재료·도구까지도 조형 영역으로 적극 끌어들이는가 하면 캔버스 틀을 잘라 편집해 사각 평면의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면을 거칠게 비벼 재현의 기법을 넓히기 위해 이불, 나뭇가지, 잡초 같은 별의별 재료를 사용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여기에 ‘디지털 세대 답게’ 납작한 스크린 같은 화면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가상현실을 겹겹의 물질로 번안해 현실의 이미지처럼 가공하거나 현실의 실제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교묘하게 바꾸기도 한다"면서 “이제 마우스는 젊은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붓이 됐다. 구상과 추상, 재현과 상징, 원본과 복제, 만들기와 그리기 등이 기묘하게 뒤섞였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해시태그(#):대중문화,SNS까지 끌어들이다


파일드의 사진작품 ‘PLAANTS’ /사진제공=아트인컬처




사진, 디자인, 회화 전공자 5명으로 이뤄진 작가그룹 ‘파일드(Filed)’는 사진에 적극적인 사후 가공을 가해 작품과 기성품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은 자신을 작가라고 하기보다 ‘이미지그룹’이라 소개한다.

1960년대 팝아트(Pop Art) 이후로 대중문화는 젊은 작가의 놀이터가 됐다. 여기에 ‘디지털 원주민’으로 태어난 젊은 작가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와 시청각 미디어를 작품에 끌어온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풍자·비판과 차용에서 한발짝 더 나가 작가의 ‘멀티 페르소나’가 현실을 비꼬고, 놀리고, 재가공한다. K게임이 시각문화의 한 축이 된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영 레트로, 화려한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키치가 무차별적으로 뒤섞여 동시대 문화의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한국화든, 유화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초평면(superflat)’ 디지털 이미지의 블랙홀로 통합된다”고 분석됐다.

‘리얼’한 올바름:정의로 연대하다


장종완 '가을 직전' /사진제공=아트인컬처


민들레가 뿌리째 땅을 벗어나 사람처럼 달려간다. 민들레 홀씨되어 흩날리는 머리칼부터 가느다란 발끝으로 휘청거리며 뛰는 모습이 황금색과 보라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잔한 ‘웃픈’ 상황을 만든다. 초현실적 풍경과 엉뚱한 상황의 조합으로 현대 사회에 내재한 모순과 불안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장종완의 작품이다.

사회 현실을 직시하는 예술가의 시대정신은 불멸의 화두다. 1980년대 민중미술은 이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대상황을 그리는 작가의 리얼리즘적 태도가 젊은 예술가들에게서는 도시 재개발로 황폐화된 삶의 터전, 지역주의나 세대갈등 같은 한국 사회가 넘어야 할 인습, 양분화한 정치와 그 세력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발언으로 표출된다. 이들은 잊히지 않는 비극적인 참사, 끊임없는 인간 사회의 폭력성, 무참히 짓밟히는 동물권, 온라인의 불확실한 믿음과 디지털 보안의 취약성 등 다양한 사회 현실에 주목한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집단적 미술운동의 형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정당한 발언에서 시작되는 작품의 경향들”이라는 것.

마이크로 내러티브:작은 이야기에 빨려들다


김설아 '아홉 개의 검은 구멍, 무너진 음성' /사진제공=아트인컬처


화가 김설아는 먼지, 곰팡이, 벌레, 미생물, 단세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포착해 예민한 감수성으로 표현한다. 종이에 먹으로 그린 그 정성스런 그림은 작은 이야기임에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정치,경제,이데올로기 등이 미술의 화두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다. 신화와 종교가 미술을 점령했던 먼 옛날을 지나, 젊은 현대미술가들은 거대서사보다 작디작은 소서사에 주목한다. ‘마이크로 내러티브’라고 하는 작은 소서사는 거대서사가 에워싸고 있는 ‘강자의 허구’를 예리하게 공격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역으로 더 강렬하게 드러내고, 여성과 퀴어가 은밀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불온하게 치부되던 신체를 젠더 평등의 의제로 다루는 게 그 예다. ‘일상’도 중요한 키워드다. “자신만의 예민한 감각, 우울한 정서, 존재론적 고민, 가족의 고통 등을 약자의 서사로 다시 쓴다”는 특징이 포착됐다.

'뉴커머즈77인'을 소개한 미술전문지 아트인컬처 2월호.


이번 유망작가 선정에는 권순우 취미가 대표, 권혁규 독립큐레이터, 남웅 미술평론가, 이동민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이선 광주 이강하미술관 큐레이터, 정현 서울시립대 교수, 최수연 P21 대표,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등 9명이 참여했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1990년대생 평론가인 김맑음, 유지원, 콘노 유키가 동세대 미술의 새로운 판도를 비평적으로 분석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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