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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3번 아이언이 알고 보니 5번…번호만 바뀌었다?

아이언 로프트 각, 갈수록 세워져

같은 번호 클럽 과거와 10도 차이

기술 발달로 비거리·고탄도 충족

일부선 '마케팅 목적 착시' 지적도

3번 아이언을 세트에 포함한 타이틀리스트 T100S. 대다수 브랜드들은 3번 아이언을 세트에서 빼는 추세다.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메이저 6승을 포함해 통산 29승을 거둔 리 트레비노(82·미국)는 골프 실력만큼이나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지난 1975년 웨스턴 오픈(현재 BMW 챔피언십) 당시 번개를 맞았던 그는 ‘코스에서 다시 번개가 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1번 아이언을 꺼내 하늘을 향해 치켜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조차 1번 아이언은 맞히기 힘들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트레비노가 농담의 소재로 언급한 1번 아이언은 이제 박물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유물’이 됐다. 몇 년 사이 1번은커녕 3번 아이언도 퇴물이 되고 있다. 최근 새 시즌을 맞아 신제품들이 하나둘 출시되고 있지만 이들 아이언은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골프용품 업체들 대부분이 아이언 세트를 4번이나 5번 클럽부터 구성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로 중·상급 골퍼들을 타깃으로 하는 타이틀리스트의 T100과 T100S 모델 정도만 3번 아이언을 세트에 넣고 있다.

3번 아이언조차 자취를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주요 브랜드 아이언의 로프트 각도를 살펴봤다. 로프트는 페이스 면과 샤프트의 수직선이 이루는 각도로 볼의 탄도, 비거리, 백스핀 등과 관련이 있다. 클럽 번호가 커질수록 샤프트 길이는 짧아지고 로프트는 4도 정도씩 커져 페이스가 더 눕혀진다.

로프트 각을 살펴보면 3번 아이언은 아직 멸종하지 않고 ‘생존’해 있음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3번 아이언이 다른 번호로 ‘위장’하고 있어서다.

먼저 사라진 지 꽤 오래된 2번 아이언의 경우 1970년대 표준 로프트는 21도 내외로 통했다. 그런데 21도 클럽은 2000년대 들어 3번 아이언이 됐다. 2020년 이후로 21도 클럽은 4번 아이언이다. 21도 클럽이 세월에 따라 번호만 2번에서 3번, 4번 아이언으로 갈아탄 셈이다. 7번 아이언의 로프트도 1970년대 40도에서 35도(2000년대), 30도(2020년) 안팎으로 변해왔다. 페이스가 50년 사이 10도 정도 세워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1970년대와 2020년의 아이언 번호별 로프트 각은 대략 두 클럽 차이를 보인다. 1970년대의 3번이 현재 5번 아이언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제조 업체의 마케팅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보다 비거리 성능이 향상된 것처럼 홍보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 로프트 각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전 6번 아이언의 로프트를 가진 클럽을 7번으로 표기하면 한 클럽 거리가 증대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할 때 7번 아이언 기준으로 로프트 각도를 1도 줄여 페이스를 세우면 비거리는 2.28야드 증가한다. 요즘 7번 아이언의 경우 로프트가 1970년에 비해 10도 세워졌으니 이론적으로는 비거리가 22.8야드 증가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예전의 5번 아이언에 7번 표기를 한 것뿐이다.

일반적으로 로프트를 낮추면 비거리는 늘지만 다루기 힘들고 볼이 그린에 떨어진 뒤 멀리 굴러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클럽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대형 헤드, 저중심 설계, 헤드 뒤를 파낸 캐비티 구조나 속이 빈 중공 구조 등을 적용해 비거리를 늘리면서 탄도도 함께 높였기 때문이다. 신형 클럽이 로프트는 낮지만 훨씬 치기 쉬워진 것은 이런 디자인을 적용한 덕이다.

아이언의 번호별 로프트 각도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른 업체에 비해 유독 로프트 각을 낮춘 브랜드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7번 아이언은 보통 30도 내외이지만 25도에 불과한 브랜드도 있다. 타사의 6번 아이언을 7번으로 표기한 일종의 착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는 선전에 무조건 현혹될 일은 아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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