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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인플레 공포···10년 이내 남유럽식 재정 위기 빠질 수도” [청론직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이어 한국 금리 급등, 금융 안정 방안 마련해야

나랏빚 급증, 코로나 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 줄여야

‘한은 국채 직매입’은 전시에나 동원될 억지 주장

소비쿠폰 등 효과 의문…피해 계층 지원 집중하고

정부는 시장통제 발상 벗어나 혁신성장 올인해야





세계 금융 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이며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도 출렁이면서 금융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민간 부채와 재정 적자가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 재정 살포에 나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 부채가 올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국가 재정과 인플레이션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거시경제학자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 만나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리 인상 등 금융 안정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과 관련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10년도 못 가 남유럽식 재정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이제라도 코로나19 이후 국가 채무 증가 속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도 안전지대는 아닌데.

△한국도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고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면서 추가로 유동성이 풀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실물 경기 회복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해외 인플레이션이 국내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금리 인상이 너무 늦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데 반해 너무 빠르면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금융과 실물 간의 괴리 현상도 심각한 수준인데.

△금융과 실물 간 괴리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자산 가격 변화가 실물 경제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 시장은 실물 경제를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자산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도 경제가 어렵고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므로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자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된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락으로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금융사에 타격을 주고 민간의 부가 감소하면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앞으로 유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신용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와 여당이 약 20조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내놓았는데.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명확한 정책 목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재난지원금만 해도 목표가 국민 위로용인지 경기 활성화인지 아니면 피해자 구제인지 잘 모르겠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피해 계층을 정밀하게 조준해 설계된 선택적 지원 정책이다. 흔히 선별 지원이냐 보편 지원이냐를 얘기하는데 지금은 선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가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크게 손해를 보거나 정부 정책에 협조하느라 손실을 낸 경제 주체들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 부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4차 재난지원금은 물론 손실보상제, 추가 재난지원금 등으로 국가 부채가 더 증가하는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올해와 내년 이후에도 상당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반복한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23년까지 60%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를 내는 데 상당한 세금이 들어갈 뿐더러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 자칫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생산적인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정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GDP 대비 연금충당 부채(49.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는 적자 국채 발행이 아니라 재원을 다른 예산에서 전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겠다며 확장 재정을 펼치고 있는데 실제 경기 부양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는 일반적 경기 침체기에 비해 재정 투입 효과가 낮다. 특히 실업수당이나 재해보상금 같은 이전 지출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전 지출을 사용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는 만큼 어려운 부문을 집중 지원해 코로나19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재원 확보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이나 증세까지 거론되는데.



△한은의 국채 직매입은 전시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본원 통화량(지난해 11월 말 기준)이 220조 원인 상황에서 국채 직매입을 통해 추가로 100조 원을 투입하면 통화량이 40%나 급증한다.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환율도 더 빨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본 유출이나 외환 위기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설령 직매입 규모가 작아도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증세도 가능한 방안이지만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재원 조달을 위해 증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 후 적절한 증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요즘 여야 정치권에서 논쟁을 벌이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행정 비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금은 복지 시스템을 더 잘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똑같이 현금으로 나눠준다고 하지만 같은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더 좋은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 꼭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훨씬 낫다. 어려운 사람을 더 많이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재원 문제 등 선결 과제가 너무나 많다. 우리처럼 공유 자산이 별로 없는 나라에서는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는데 현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기본적으로 시장을 불신하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다. 가격 상승을 막으면 물량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 외에 정책 실패 탓이 상당히 크다.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존재하는데 정부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측면을 간과했다. 초기부터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다른 분야도 그렇듯이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너무 힘을 쓰다가 다른 정책을 신경 쓰지 못하는 부작용만 빚었을 뿐이다.

-현 정부는 또 ‘혁신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는데.

△정부가 뒤늦게 혁신 성장을 내걸었지만 다른 정책에 비해 중요도가 밀리고 말았다. K뉴딜도 그렇거니와 정부 주도의 정책이 지나치게 많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장 메커니즘이 강해져 정부 주도로 추진하면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혁신을 이루려면 정부에서 특정 산업 발전이나 기술 개발을 밀어붙이기보다 시장 전체에 자금을 풀어 민간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올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정보기술(IT)과 첨단 산업, 비대면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일부 대면 서비스업은 원상 복귀마저 힘들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단순히 기존 산업 구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신산업 위주로 개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근로자들이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통해 신기술이나 신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저성장 고착화 현상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지금처럼 아무 것도 대비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다면 1%대 진입마저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일자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산업을 키우고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갖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

-올해 정책 당국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지만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시나리오별 플랜이 없다.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예비비라도 충분히 확보해놓았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경제가 불확실한 때일수록 예비비가 많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재정 확보 방안도 미리 만들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면 더 효율적인 정책이 가능해지고 선별·보편 지원 등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도 해소할 수 있다. 코로나19 지원 정책도 종류가 너무 많아 혼선을 빚고 있다. 차제에 소비 쿠폰 지급이나 지역화폐처럼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을 과감히 없애고 피해 계층을 집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효율적 지원책으로 바꿔야 한다.

He is…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와 고려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의 지도를 받아 계량경제 모델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국가통계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부 자문위원, 한국국제금융학회 부회장 등도 역임했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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