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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수사 접으면 용서되나요"...윤석열 떠난 檢 뒤숭숭

사표 수리따라 대행체제 돌입 속

평검사 '살려주십시오' 풍자 글로

외풍 막을 총장 공백에 불만 표출

권력수사 방향성 잃고 공전 우려

尹 가족 관련 수사는 속도붙을듯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검은 이날부터 조남권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검찰이 총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하면서 정권을 겨냥한 각종 수사가 기로에 놓였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주요 권력 사건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지휘해왔으나 그가 떠난 검찰에서는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내부망에서도 중대 권력 관련 수사의 방향성 상실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평검사의 글까지 올라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윤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수장 공석 상태의 검찰이 당분간 조남관 차장검사 대행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 등 전망이 밝지 않다. ‘외풍’을 ‘소신’으로 막아주던 윤 전 총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주요 비리 의혹 수사를 권력 핵심부로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검 형사 5부는 지난달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재청구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 가늠할 단서를 백 전 장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검찰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도 실체적 진실에 이를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어서다.

반면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윤 전 총장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 수사에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당 사건들의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지휘하고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회사 협찬금 명목 금품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 개입 의혹 등의 수사 향방에 따라 법조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거여(巨與)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 등까지 맞물리면서 검찰 안팎도 뒤숭숭하다. 중수청 반대에 이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풍자하는 상소문 형태의 현직 검사 글까지 올라오는 등 내부 불만이 차츰 외부로 표출되는 모습이다.

박노산(사법연수원 42기) 대구서부지청 형사2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의원 시절인 지난해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삭감 예산을)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절실하게 한 번 해보시라”고 말한 대목을 차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검사는 “법무부 장관님과 장관님 동지분들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게 생긴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때가 한참 늦었지만 제 철없던 행동에 대한 용서를 빌며 검찰 동료들의 비뚤어진 마음도 올바른 길로 되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월성 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등의 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속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에서 공소를 취하하면 용서해주겠느냐”고 적었다. 이어 “입법안을 보니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무소불위 권력으로 군림했다고 쓰여 있던데 어찌 그런 역모를 꾀하겠느냐”며 “이제 검찰은 청와대나 국회, 고관대작님들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건은 감히 기록도 쳐다보지 않겠다”고 비꼬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광주 지역 평검사들과 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광주고검·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광주고검·지검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 사퇴에 대해 “임기를 지켜줬으면 좋았는데 사퇴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과 휴일 깊이 숙고하고 논의할 채널과 상의해 차기 총장에 대한 가닥을 잡아가겠다”며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 등이 거론된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와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 중 누가 되더라도 윤 전 총장 시절만큼 뚝심 있게 권력 수사를 펼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법조계는 바라보고 있다.

/안현덕·조권형·허세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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