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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親勞 정책은 정부의 직무유기…이대론 3만弗 수성 힘들어" [청론직설]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노동개혁 절실한 시점에 ‘노조로 더 기울어진 정책’ 집착

노동·환경·경영 등 세계 최악 규제 도입, 기업 감당 불능

외투 기업들, 생산 물량 해외로 돌리고 R&D만 남길 것

일부 유럽 개혁 실패…미·일처럼 균형된 노사관계 돼야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시 대체근로 등 보완 입법 필요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15일 서울 종로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노조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정책을 계속 펼친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성도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임기 1년을 남기고 최근 퇴진을 선언한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노동 개혁이 절실한 시점에 우리의 법규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를 막지 못하고 물러난 데 대한 회한도 가득했다. 김 전 부회장은 “지금처럼 노동과 환경, 경영 관련 등 전반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센 규제만 도입하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며 “특히 노조에 기울어진 정책을 계속 펼친다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수성도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부회장은 특히 “정치권은 표를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도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까지 일방적 친노(親勞)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김 전 부회장을 15일 만나 노동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사임하면서 여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무력감을 표출했는데.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노동 개혁이다. 그런데 법과 제도 모두 기울어져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만 해도 공익위원이 노동계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고 노조에 유리한 이슈만을 내세웠다.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이라도 역할을 했지만 21대에서는 180석의 독주 체제를 갖춘 범여권의 벽에 부딪혀 야당의 견제 기능이 사라졌다. 이런 환경에서 자리를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차라리 제가 그만둬 기업의 어려움을 알리는 상징적 메시지로 삼고 싶었다.

-그만두며 정부에 ‘노동정책만 하지 말고 고용정책도 하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한마디로 친노조·반고용 정책이다. 지금 노동시장은 최고로 경직화돼 있다. 평상시 경영상 필요한 해고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어려워져도 정리해고 요건이 까다롭다. 임금은 관습적으로 올라 고임금 저생산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법규가 노동계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니 기업은 더 어려워지고 고용을 못하게 된다. 결국 낮은 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된다.

-기업의 해외 이탈이 늘면서 국내 양질의 일자리도 줄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최저임금 급등과 주 52시간근로제 도입 등이 이어지자 해외 탈출의 전조가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산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버티기조차 힘들던 차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겪게 됐다. 다른 나라보다 방역 효과가 괜찮은 편이어서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가 걷혀 경쟁국이 정상화하면 경쟁력 확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계 쪽으로만 기울어지니 결국 나라 전체에 복리 이자처럼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친노 정책이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뜻인가.

△선진국이 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까지 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 경쟁력이 필수인데 외려 주저앉고 있다. 3만 달러에서 치고 올라가기는커녕 정체되거나 하강 국면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가면 노동 개혁이 되지 않아 주저앉은 이탈리아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의 전철을 밟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균형을 이룬 노사 관계로 가야 한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를 매길 때 가장 낮은 것이 노동 분야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적대적 노사 관계다. 공동체 의식이 아니라 탈취하는 구조이다. 매년 파업이 일어나고 강경해지고 오래간다. 파업 결정도 쉽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도 노조에는 없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적대적 노사 관계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법규를 갖고 있다. 사용자의 권리는 최하위다. 기왕의 노동법도 노조에 기울어져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훨씬 심하게 만들었다. 편향적인 노동법규가 파괴적인 노사 관계를 더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노동 유연성 문제다.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플랫폼 경제를 보자. 비즈니스 모델은 사업자끼리 만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이를 노사 관계로 치환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마저 과거 틀에 끼워넣는 구조라면 신산업이나 미래 전략은 힘들다. 노동 경직성은 인건비를 올리고 소비자 지출로 이어진다. 자동차 산업이 전형적 사례다. 우리는 차 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12~13%인데 일본 도요타는 7%에 불과하다. 최근 일부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인력 투입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 것도 경직성 때문이다. 전기차는 사람이 많이 필요 없다.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마찬가지다. 주문이 밀려오는데 생산하지 못하고, 반대로 주문은 없는데 계속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전환 배치를 하려 해도 경직성 때문에 어렵다. 전부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의 파업은 매년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 기업인 자동차 회사들은 최고 비용이 들어가는 생산 공장이 됐다. 이런 식이면 나갈 수밖에 없다. 강성 노조에 환경 규제 등까지 겹쳤다. 외투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을 좋아하는데 추가 투자를 꺼린다. 본사에서 노사 관계를 걱정한다. 시장이 좋아도 현상 유지만 하려 한다. 갈수록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것이다. 물량은 언제든지 다른 나라에 넘기고 연구개발(R&D) 기능만 남을 수 있다. 제조업 공동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버티지만 한계가 곧 올 것이다. 정말 노동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을 봐라. 기업들의 애국심이 식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키웠으니 한국에서 하려 하지만 규제와 사법 리스크가 수두룩하니 다른 나라로 옮기고 싶은 욕구를 당연히 갖지 않겠는가.

-아직도 친노조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되고 있다.

△제일 가슴 아픈 게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이다. 기업들이 내부 경영 이슈만으로도 힘든데 이제는 해고자 복직 투쟁 등 사회적 이슈까지 임금 문제와 결부돼 제기될 소지가 커졌다. 기업의 정치·사회화가 이뤄지고 있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 역시 중요한 문제다. 노조 전임자를 늘리려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자체 조합비로 대는 것이 상식이고 ILO의 기본 정신이며 글로벌 스탠더드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어려워 도와줬지만 이제는 줄여야 맞는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조 전임자는 노사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만든 것인데 반기업 활동을 넘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 활동까지 연결되고 있다. 투쟁 자금만 천문학적으로 쌓여 있다. 전임자 임금이 사용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건 김영란법 위반보다 더한 도덕적 문제를 유발한다. 외국에서는 부끄러워서라도 자주성 차원에서 스스로 조합비로 댄다. 우리나라 노조 전임자가 1만 5,000여 명 되는데 평균 연봉을 6,000만 원이라고 한다면 1조 원 가까이 사용자 돈을 받고 노조 활동을 하는 셈이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건전한 노사 관계가 불가능하다. 사용자의 대항권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올리지 않고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법이 통과됐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각종 처벌 조항으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현재 노동법은 노동자 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반면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 모든 조항에 있다 보니 노동법을 제일 무서워한다. 노무 담당 임원을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고소·고발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형사법이 아니라 과태료처럼 경제 관련 법으로 다뤄야 한다.

-여권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친노 정책을 계속 펴지 않겠는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불문하고 노동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노조도 비난하지는 않겠다.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노동 개혁이 절실한 시점인데 친노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의 직무유기다. 진보 정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진보 정권이 안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실기하는 것이다. ILO법만 해도 단체교섭 아래에서 사용자가 불리하게 규제받고 있는 부분을 같이 패키지로 수술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갈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기업들은 노동문제 외에도 수많은 규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노동 외에도 환경, 산업 안전, 기업 경영 관련 등 네 가지 규제가 동시에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센 것들만 가져왔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산업구조와 상관없이 도입했다. 노동 규제는 프랑스나 독일, 환경 규제는 스웨덴과 미국 캘리포니아, 산업 안전 규제는 영국, 기업 경영 규제는 미국식이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기업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산업의 경쟁력과 부담 능력에 맞춰 가야 한다.

-현 정부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노동 개혁이 가능할까.

△남은 1년이라도 노동 개혁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사용자 측 요구를 토대로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 처벌 폐지 등 세 가지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야 한다. 노동계도 힘이 커진 만큼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경제 전반을 봐야 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기업도 최대한 투명하게 경영하되 노조와 같이 공부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수익에 여유가 있다면 최대한 근로자를 위해 써야 한다. 두려움과 기피 대상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5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순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들어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산업정책본부장, 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산업기술진흥원장 등을 지냈다. 이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맡았다가 최근 퇴임했다. 산업 정책과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 현장의 실물을 두루 경험하며 노조 문제를 포함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해왔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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