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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GE 몰아내기 아닌가"...美, 韓 '에너지 자립'에 견제구

USTR, 韓정부 설비 국산화에..."자국기업 부당 지원해 공정 저해"

GE 등 美업체 차별" 문제 제기

국내 업체 이제 막 걸음마 뗀 수준...글로벌 업체와 경쟁 사실상 불가능

거세지는 美 우선주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이어 에너지 산업에서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설비 국산화에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한국이 국내 업체를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며 미국 통상 당국이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선점한 시장 지위를 놓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입니다.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스터빈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우려를 최근 우리 통상 당국에 전달했습니다. 발전사의 부품 조달 과정에서 한국 업체를 우대하도록 정책이 설계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업체가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USTR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집권 말기인 지난해 말 처음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재차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가스터빈 경쟁력 강화 방안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기술력이 약한 국내 가스터빈 생태계를 강화할 대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작 핵심 부품인 터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릴 공산이 컸던 탓입니다. 현재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들어간 가스터빈 전량(158기)은 외국산이며, 같은 규격의 가스터빈이어도 제조사가 다른 경우 블레이드나 베인 등 하위 부품이 호환되지 않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부품들도 대부분 외국 업체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산업부는 공공 발전소에 투입할 발전기의 성능과 기자재 규격 등을 새로 정립하기로 했는데, 국내 업체와 기성품으로 시장을 주름잡는 해외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사가 새로운 규격을 도입하는 것은 지금껏 시장에 없던 물건을 주문하는 셈”라며 “국내 업체가 기성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터라 정부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우리 정부 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재차 언급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자국 업체에 불리한 조건을 도입했다는 것입니.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가스터빈 경쟁력 강화 방침이 사실상 국산품 우대 정책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며 “우리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GE가 신규 발주 물량을 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에 따라 LNG 발전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을 막으려는 미국의 견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향후 입찰 과정에서 국산 제품이 채택되는 사례를 수집해 대응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면 발전 공기업으로서는 국내 업체에 내주는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국산 가스터빈 업체는 납품 실적이 전무한 터라 공공 발주 물량 이외에 마땅한 수요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트랙 레코드’가 쌓이지 않으면 납품처를 찾지 못해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야 하고 결국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2030년 가스터빈 산업 글로벌 4강’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해외는커녕 국내에서도 입지를 굳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력 시장에서는 효율이 좋은 LNG 발전 전력부터 사들이기 때문에 효율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며 “검증이 안 된 국산 가스터빈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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