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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깊어지는 성인지 감수성…법원 내 ‘갑론을박’

헌재,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추행' 개념 판단

'n번방' 가해자, 첫 확정 판결도 최고형 유지

법원 관계자 "처벌만능주의 빠질까" 우려도

/이미지투데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연달아 성범죄와 관련된 판단을 내리고, 출범을 앞둔 제8기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위원으로 구성되며 ‘성인지 감수성’이 법원 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높아졌다며 반기는 한편 자칫 ‘처벌만능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1일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규정한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일 성폭력 사건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대학교에서 학칙에 따라 별도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박사방’ ‘n번방’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으로 비판 받았던 모습도 바뀌었다. ‘갓갓’ 문형욱이 잠적하자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한 가해자들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달 소년법상 유기징역형 법정 최고형인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디지털성착취물 사태 불거지고 나온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서울의 한 고위 법관은 “성범죄와 관련해 그동안 법과 국민 정서간 괴리가 컸다”며 “시대 흐름에 맞춰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생명권을 완전히 침해한 살인과 성범죄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낮은 형량을 선고해왔지만, 성범죄가 ‘사회적 살인’이라는 인식도 법조계 내에서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이에 발맞춰 다음 달 10일 위촉장 수여식을 앞둔 8기 양형위원회도 역대 최다 여성 위원으로 구성됐다. 김영란 위원장을 비롯해 김혜정 교수, 강수진 교수, 권희 지원장, 고경순 부장 등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7기에 이어 연임위촉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 등 국민적 관심과 양형기준 설정에 관한 요구가 큰 범죄에 대하여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정립해 온 7기 위원회의 성과를 이어나가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넓어지는 성범죄 기준과 강화되는 형량에 일부 법원 관계자들은 자칫 ‘처벌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의 고위 법관은 “지난해 강화된 양형 기준으로 최근 갓 성인이 된 가해자가 10년이 넘는 형을 받았다”며 “지금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서른이 넘는다. 사회로 돌아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잡히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범죄를 저지른다. 높아진 형량이 범죄율 감소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하는 지 알리고, 검거율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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