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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오세훈 부동산·방역 차별화, 대선 때 '역공' 당하는가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오 시장, 취임 직후 방역·부동산 독자행보 잰걸음

'서울형 거리두기' 발표 날, 文 "방역위반 무관용"

자가진단 키트, 공시가 개선 두고 국무회의 난타전

재건축 급등, 방역당국 우려에 일단 한 발 물러서

정부·의회 기반 없이 핀셋 대응 시 부작용 낼 수도

'덤터기 쓸라' 野도 신중...대선 '키맨' 될 가능성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초부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한 방역·부동산 대책을 들고 나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그의 독자 행보를 두고는 야권에서도 다소 불안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권이 대통령,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절대 다수의 국회 의석을 차지한 탓에 모든 국정 실책의 책임을 떠안았지만 이제는 서울에 한해 오 시장이 그 짐을 나눠야 할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방역·부동산은 정부와 의회의 지원 기반이 없이는 서울시장 개인의 욕심만으로 홀로 성과를 달성하기 힘든, 대표적인 복합·광역 이슈이기도 하다. ‘국정’이 아닌 ‘시정’으로 핀셋 처방을 내렸다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여당의 입김에 마냥 휩쓸릴 수도 없다는 게 오 시장의 딜레마다. 자칫 오 시장의 정책이 실패할 경우 다음 대선 때 야권이 방역·부동산 부문에서 우위의 논리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 시장이 여권 행정가들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에 따라 여야 양당은 물론 제3 지대의 존재감까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오 시장은 내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키맨’ 중 한 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공개한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연합뉴스


오세훈 취임 직후부터 文정부와 방역 차별화

4·7 재보궐선거에서 크게 승리하고 취임한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첫 기자 브리핑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 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다 실효적인 방역 효과를 얻도록 기존 방역 수칙을 대체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정부 정책과 다른 서울시의 정책이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는 현장에서의 혼란이나 우려는 최소화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역 수칙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한 업소에 대해서는 1회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자가 진단 키트 도입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외국은 이미 자가 진단 키트 사용이 일상화·일반화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세계적으로 행정 수준 높고 공무원 업무 체계가 잘 정비된 우리나라에서 굳이 미룰 필요가 있겠느냐”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있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지만 민생 현장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진단 결과의 부정확성을 이유로 도입에 소극적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기존 문재인 정부의 방역 기조와도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방역 당국은 즉각 우려를 표시했다. 당국은 오 시장이 언급한 ‘서울형 거리 두기’에 대해 ‘방역 당국과 지자체 간 협의 사항’임을 거듭 강조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긴급히 열고 다른 말을 했다. 국민들과 관계 부처에 “민생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가면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인 만큼 더욱 긴장을 높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행인 것은 가장 중요한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비율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역시 K-방역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K-방역을 세 차례나 언급하며 방역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하에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최근 느슨해진 방역 긴장도를 끌어올려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제1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이 정부서울청사와 연결된 화면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회의 데뷔전서 장관들과 공시가격 등 난타전

오 시장의 ‘반란’은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데뷔전부터 난타전을 불렀다. 13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의 첫 만남은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을 향해 “당선을 축하드리고,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하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계시죠? 인사 말씀 한번 해주시겠습니까”라며 발언권도 부여했다. 오 시장도 회의 말미에 “(전날) 대통령님 축하 난과 말씀을 전달받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화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회의에 야당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되면서 오 시장과 현 정부 장관들 간 이견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오 시장은 우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간이 진단 키트에 대한 사용 허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방역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버겁다”며 “간이 진단 키트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사용 허가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장관들은 오 시장의 이 같은 제안에 즉각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가 진단 키트는 양성자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어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며 “(음성으로 나온 양성자가) 마스크를 벗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신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임을 강조하며 “중대본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방역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과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또 “(부동산 공시가격의) 상승 속도가 급격하다”며 “공시가격이 올라 세금이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경제 효과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은 “2019년 9월 시도별로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시지가 관련 법률 개정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서울·경기·제주만 찬성하고 다른 지자체는 모두 반대했다”며 이견을 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시가격은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 가구의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한 가격”이라며 “감정평가사 등의 외부전문가 검토도 진행해 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에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국무회의 이후에도 충분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회의가 끝난 뒤 별도 브리핑에서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잠실주공 5단지. /연합뉴스


재건축 급등·방역 우려에 한 발 물러서…대선 좌우할 ‘키맨’ 될 수도

13일 국무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을 미리 보는 예고편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정부의 기존 국정 기조에 오 시장이 반대를 분명히 하는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다만 오 시장의 차별화 행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한 모양새다. 당장 서울 아파트값이 오 시장 취임 후 다시 상승폭을 키우면서 ‘야당도 부동산은 별 수 없다’는 인식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게 문제가 됐다. 부동산의 경우 금융·교통·교육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제한된 권한으로 일부 정책에만 손대면 외려 역효과가 나기 쉬운 구조다. 더욱이 현 정부가 시장에 이미 수 많은 규제를 가한 상태라서 이를 일부만 완화할 경우 풍선효과는 즉각 나타나게 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7% 올라 전주(0.05%)보다 상승폭을 더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률이 축소되며 전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10주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운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노원구가 0.09%에서 0.17%로 2배 가까이 뛴 것을 비롯해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이들 6개 구는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오 시장은 이에 16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 등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달 초 80억원 신고가에 거래된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를 콕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방역과 관련해서도 중대본과 협의해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며 취임 초보다 신중한 자세로 고쳐 잡았다. 자가 진단 키트 시범사업 대상도 노래연습장 등에서 학교로 바꿨다.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협조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요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친정인 국민의힘도 그의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13일 국민의힘의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 위원회는 오 시장의 방역에 공감을 했다”면서도 “4차 확산이 시작되고 있는데 자칫하면 너네 때문에 그렇다는 덤터기를 쓸 수가 있다”고 경계했다.

오 시장의 임기는 이제 시작인 만큼 벌써 모든 것을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1년간 현 정부와 어떻게 각을 세우고 어떻게 협조하느냐는 내년 대선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년 간의 성과에 따라 야권이 현 정부와 업적과 실정의 책임을 나눌 수도, 서로 떠넘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정 성과는 제3 지대의 부각과 소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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