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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북정책] 文 입장 반영됐으나…'강경모드' 北, 도발 가능성↑

'실용외교' 내세운 바이든 대북정책

북한, 다음날 바로 "대단히 큰 실수"

선 적대시정책 철회에 쐐기 박는 北

한미 정상회담 전 北 추가 도발 가능성

추가 도발 시 美 '엄중한 억지'로 전환

'韓 패싱'에 '스리쿠션' 전략 경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실용적 외교(압박과 외교적 접근 병행)’라는 방향성을 제시하자 북한이 “대단히 큰 실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 외교적 해법을 상당 부분 반영한 가운데 북한은 오히려 무력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강도의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핵 해법을 놓고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바이든 외교 메시지에도 “대단히 큰 실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은 2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 관련 의회 연설이 공개되자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그에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으면서도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으로 요약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괄 타결’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간 지대적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외교적 수단으로 구체적 액션 플랜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정상 간의 ‘톱다운’ 합의가 아닌 실무진부터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는 단계적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크고 작은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이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을 우선적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북한이 외교적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비핵화 전제 조건이 없다면 어떠한 제재도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초기 단계부터 밀리면 안 되니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미대화 선 긋는 북한…추가 도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큰 틀로 문재인 정부가 요구해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내포하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정책이 나온 직후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은 오히려 대미 협상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또 미국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공략하는 이른바 ‘스리쿠션’ 전략을 펼쳐 우리 정부가 역이용당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를 ‘패싱’한 뒤 각종 도발을 일삼으면 우리 정부가 북한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며 미국과 대척하는 역설적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수용적인 태도를 알고 북한이 취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실용적 외교’ 접근법과 관련해 북미 대화의 시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직접 정상회담도 해봤고 미국 라인도 있어서 서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수명이 다해간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북한이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도한 북미 간 물밑 접촉에 일절 호응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북한 입장에서 정상회담을 하던 사이인데 국장급 인사가 연락을 하니까 의미 없는 대화라고 보고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의 존중 수준이 아닌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 철회와 연계된 미국의 구체적인 행동을 강압한다”며 “북한 인권 언급 금지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 이후 실무협상 눈에 안 차는 北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이달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끌어올려 협상에 유리한 구도의 발판을 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틀에 가둬 비핵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라면, 북한은 초기 보상을 많이 받아내 미국이 더 줄 게 없을 때 핵으로 버티려는 전략”이라며 “북한은 어떠한 대북 정책 구상이 나와도 일단은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해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을 기다리며 내부 단속과 핵 관련 준비를 마치며 몸집을 키워왔다”며 “그동안 북한에서 ‘핵 기술을 고도화했고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발언들이 있었다. 도발 수위가 미사일 실험이나 핵 관련 실험까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인권 공세를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기 때문에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 따라 미국에 강경 대응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뤄둔 전술 전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국제사회에서의 선전·선동 공세 강화 등 다차원적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엄중한 억지(stern deterrence)’에 돌입할 경우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조치와 대북 제재로 힘겨운 북한이 더 크게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용적 접근으로 외교의 문을 열어두되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나 군사적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북한의 대응에 따라 언제든 ‘엄중한 억지’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

북한 ‘스리쿠션’ 전략 가능성에 경각심 올려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희망로 307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 북단 DMZ 통문 앞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3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파주=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매몰돼 북한이 미국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공략하는 ‘스리쿠션’ 전략을 펼치려는 신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 교수는 “북한은 우리 정부를 상대하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만 상대할 것”이라며 “이때 문재인 정권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초조해질수록 북한은 그 간극을 활용해 우리를 미국의 반대편에 서게 하는 ‘스리쿠션’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북한이 2년째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국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미 간 ‘스몰딜’을 주고받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북측에 포괄적인 인도 협력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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