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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이프라인' 이수혁 "비슷한 역할 반복 고민, 유하 감독이 다른 모습 이끌어줬죠"

이수혁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혁은 배우 생활을 한 지 11년.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연기를 해왔다. 모델보다 배우로 생활한 기간이 더 길어졌지만, ‘모델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뗄 수 없었다. 주어지는 배역도 비슷한 캐릭터로 한정돼 있어 고민했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끝에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수혁은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는 대규모 도유 작전을 계획한 정유회사 후계자 건우를 연기했다. 핀돌이(서인국)를 주축으로 한 5명의 도유꾼들이 팀플레이를 펼치는 반면, 건우는 대척점에 서서 그들을 한계로 몰아붙이며 극의 긴장감을 만든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혈안이 된 무지막지한 악인이다.

“팬이었던 유하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고 기분이 좋았어요. 캐릭터에 상관없이 그 작품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다가 감독님이 이전 작품과는 다른 결의 영화를 시도한다고 해서 함께하고 싶었죠. 저를 캐스팅하고 하신 말씀이 ‘드라마와는 다른 이수혁의 모습을 연출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거였는데, 그 점이 감사하고 영광이었어요.”

악역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좋지만, 자칫 뻔한 캐릭터로 비춰질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다. 이수혁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연구했다. ‘파이프라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블랙코미디이기 때문에 멋에 집중하기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빈틈 있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 모델 시절에 이어 다수의 드라마에서 완벽하게 각 잡힌 이미지로 각인된 것을 탈피하고 싶었다.

“큰 영화의 메인 롤을 연기하는 만큼 다른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동안 제가 의도치 않게 비슷한 모습들을 보여준 것 같아서 이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튀지 않게 좀 더 자연스러운 얼굴로 나오고 싶었죠. 감독님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이에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저의 다른 매력을 봐주셔서 블랙코미디성의 대사나 신도 넣어 주시고, 현장에서 표정이나 감정선에 대한 명확한 지점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외모적으로도 신경을 안 쓰려고 했어요. 거울을 보기보다는 신이 끝나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어요.”

이수혁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간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은 풀어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다. 차가운 분위기의 외모, 동굴 같은 목소리는 모델 생활을 할 때는 개성이었지만, 배우로 전향하고부터는 환상 속의 실장님, 뱀파이어 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역할로만 좁혀졌다. 조금 더 평범한 역할, 일상적인 역할, 실컷 망가질 수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은데 유난히도 기회가 오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배역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제 나름대로 체중 증량도 해보고, 과할 정도로 운동도 열심히 해봤어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 MBC ‘끼리끼리’에 고정으로 출연했어요. 작품에서 폭넓은 기회를 받기 위한 것이었죠. 아직 다양한 기회를 받지 못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관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예전에는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후에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막연한 욕심이 있었는데, 편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신선하고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첫 출연이다 보니 어색하긴 했는데 최근까지도 팬들이 ‘끼리끼리’ 영상을 찾아봐주시더라고요. 예능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좀 더 유연해진 사고는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줬다.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할 수 있었고, 동시에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까지 방송되며 열일의 아이콘이 됐다. 작품 속 캐릭터 또한 이전과는 조금씩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원동력은 좋은 작품들이에요. 예전에는 일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는데, 최근에는 팬들의 반응이나 작품 속 캐릭터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보고 열심히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는데 이제는 그냥 ‘배우 이수혁’으로 불러주시고, 대중도 그걸 익숙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에서 힘을 얻고 있죠. 가장 원했던 일인 만큼 ‘배우 이수혁’이 모두에게 어색하지 않게 각인되는 게 목표예요.”

이수혁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는 걸림돌이 됐던 이미지가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웹툰을 소재로 한 작품이나, 판타지 소재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이수혁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살리고,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폭도 넓히고 싶은 마음이다.

“꼭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분명히 조금 더 노력해서 성장하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많이 해본 캐릭터니까 기회를 주신다면 나만의 강점으로서 대중에게 조금 더 각인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여러 가지 편한 모습을 보여줬고, 작품 안에서 망가지는 것에 두려움도 전혀 없거든요. 코믹한 장면도 좋으니까 극과 극의 캐릭터들을 연기해보고 싶은 바람이에요.”

“저는 언제인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어릴 적부터 ‘영화나 드라마에 내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자라왔어요. 영화를 사랑하고 꿈꿔온 사람으로서 극장에서 크게 개봉할 수 있는 영화의 메인 롤을 맡을 수 있는 게 큰 의미죠. 얼마 전에 가족시사회를 해서 우리 가족들도 영화를 봤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관객들도 저의 행복한 마음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이수혁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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