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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인생 계획이 다 틀어졌다”...손바닥처럼 뒤집은 정책에 뿔난 임대사업자

4년 전 김현미 장려하더니 매입임대 신규등록 폐지

與 “집값 올린 요인, 조세피난처로 작용했다” 진단

종료 6개월 후 양도세 중과…임대차법으로 팔릴까

전월세난 기름 붓나, 서민 주거 안정성 떨어질 우려

정책 신뢰성 흔들...임대인협회, 헌재에 탄원서 제출

뒷북경제




임대사업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와 일반 임대인 등으로 구성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다음달 1일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대사업자 헌법소원 전 국민 탄원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에 집단으로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담았습니다.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다세대·다가구, 단독주택 등 일반주택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로 건설사들이 하는 건설임대는 건물을 직접 지어 임대로 내놓는 형태를 말합니다. 매입임대는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신규 등록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제도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1994년 도입됐습니다.

특히 조기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현행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인정해줄 방침입니다. 현재는 의무 임대기간만 충족하면 아무 때나 주택을 팔아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습니다. 종부세 합산배제 세제혜택도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정상 과세 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방안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임대사업자에게 그동안 다양한 세제 지원을 해준 것이 일종의 조세피난처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매물잠김 현상이 유발됐고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28일 세종시 나성동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임대사업자가 뿔난 이유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인 2017년만 해도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을 장려한 것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혜택을 싹 거둬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세금 감면해줄 테니 공장 지으라고 해서 준공했더니 세수가 부족해서 세금 내야겠다고 돌아선 꼴”이라고 비판합니다. 실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든가 아니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직접 임대 등록을 장려했습니다.

하지만 당정은 임대 장려 정책이 집값을 끌어올린 주 원인으로 진단했고 차츰차츰 옥죄기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에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해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 등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의무임대 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 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제도 폐지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 같은 부작용과 함께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져 임차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등록임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지난달까지 약 50만호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자동말소되는 등록임대 가구가 올해 말 58만가구, 2022년 72만가구, 2023년 82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159만가구에서 2년 뒤 절반 규모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부동산 특위는 “세제 혜택을 정비하고 자진말소 요건을 완화할 경우 임대등록을 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인 약 65만 가구 중 20% 수준인 13만 가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임대사업 물량 중 아파트는 극소수이고 빌라, 다세대 등이 많아 시장에 미치는 거래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지금 임대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임대료 인상 5% 제한, 임대 기간(4년, 8년) 유지 등의 공적의무가 사라지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임대료 상한을 적용받아 비교적 저렴하게 살던 임차인들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임대사업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주택을 팔 때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이 6개월 넘게 남고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한다면 기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합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 임차인의 주거 안정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사라졌습니다.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종부세·양도세 중과를 징벌적 수준으로 높인 만큼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자신했지만 오히려 증여를 택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가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대사업자를 압박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바뀐 것입니다. 화살이 돌아오자 임대사업자들은 “우리가 적폐냐”며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70대 A씨는 은퇴 후 노후소득을 마련할 계획으로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외에 마포구 아파트와 경기도 원룸을 매입했습니다.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하고, 전월세 시장이 크게 뛰어도 임대료 인상률 5% 이내 조항을 준수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약속해 놓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 아닙니까. 인생 계획이 다 틀어졌습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차라리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시세에 맞게 세를 올려 받았거나 아예 팔고 이사를 갔을 것이라는 한탄입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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