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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수정안 마련 무산…코인거래소 줄폐쇄만 남았나

[위기의 암호화폐거래소]

이달 FATF 총회 안건 등재 실패

'빅4'도 실명계좌 못 받을 가능성

사업자 신고 시한 석달 앞두고 비상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암호화폐거래소가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삼았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명 계좌 발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자금이동규칙(트래블룰)’ 수정 권고안 마련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신고 시한이 세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마저도 실명 계좌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FATF는 6월 넷째 주 총회를 열 계획이다. FATF는 당초 트래블룰을 수정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한 뒤 회원국 승인을 거쳐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초안 마련도 못했을 뿐더러 이를 총회 안건으로 올릴지 확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총회에서 트래블룰 최종 권고안을 승인 발표하려면 미리 회원국 회람을 해야 하는데 아직 하지 않았다”며 “안건도 미확정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도 “이번 총회에서 트래블룰 최종 권고안 마련은 물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FATF는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해 지난 1989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2019년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권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도 특정금융정보거래법을 개정했다.



특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실명 계좌와 트래블룰이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 계좌를 획득한 뒤 신고를 해야 한다. 내년 3월부터는 트래블룰에 따라 코인 송금시 거래인의 개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송금인뿐만 아니라 수취인의 성명과 거래 처리에 사용된 송금 계좌 번호(암호화폐 지갑 주소), 여기에 해외 송금의 경우 송금인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도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트래블룰을 따르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익명성을 기반을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암호화페는 거래 당사자, 특히 수취인의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 거래소가 FATF 총회에서 트래블룰에 대한 완화적 권고안을 기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일한 해법은 거래소 간 고객의 정보를 교환·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지만 이마저도 9월 신고 시한까지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암호화폐거래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은행들이 트래블룰 시행 이전에 특금법에 위반하는 송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명 계좌 발급도, 신고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중소 암호화폐거래소가 줄폐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트래블룰 때문에 4대 ‘메이저’ 거래소도 실명 계좌 신고 수리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박 센터장은 “4대 거래소도 실명 계좌 발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수의 거래소가 신고 수리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는 코인은 상장폐지될 수밖에 없고 이는 투자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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