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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이러면 기업 경영 할 수 있나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근로자들이 계약한 기업이 아닌 원청 기업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행정기관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노위는 2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거부 구제 신청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택배 기사와의 직접적 계약이 없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위장 도급이나 불법 파견이 아닌 정상적인 원·하청 관계에서도 원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하청 근로자와의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정은 그러잖아도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한다. 산업 현장에서 원청은 하청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직접 지시를 하는 순간 불법이 된다. 임금을 주고받는 관계도 아니다.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는데도 단체교섭 의무를 지우는 것은 잘못됐다. 근로계약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본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국내 제조업 현장 곳곳에는 원·하청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제 하청 업체 근로자는 언제든 원청 업체에 단체교섭 요구를 하고 교섭이 결렬되면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계약도 하지 않은 근로자와 단체교섭을 벌이고 파업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하기 싫으면 기업 경영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노조 편향 정책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개혁을 외면하는 사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줄어들고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노사 관계가 세계 최하위권인 상황에서는 사람을 더 뽑을수록 골머리만 앓게 될 것이다.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노사 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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