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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CB 전환가액 상향 논란] "CB 투자 매력 떨어져…저신용기업 자금난 올것"

지난달 '증발공' 일부개정안 입법 예고

CB 리픽싱 악용 불공정거래 차단 취지

리픽싱이 CB 투자 매력 높였던 만큼

신용 낮은 기업 메자닌 발행 급감 우려

"유상증자만 늘어날 수 있어" 목소리도





금융 당국이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올려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면서 증권 업계와 메자닌 채권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CB를 악용한 주식 불공정 거래를 근절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이번 제도 개편이 메자닌 채권 투자 시장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메자닌 채권 발행을 포기하고 유상증자에 몰리는 등 자금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는 오는 14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취합한 후 본격적인 개정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CB 전환가액 상향’ 근거 마련이다. 주가가 오를 때 최초 전환가액의 70~100%에서 전환가액을 올려 잡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가가 하락할 때 전환가액을 내려 잡는 것(리픽싱)만 가능하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에도 CB 증발공 규정을 준용하는 만큼 이번 규정이 개정되면 BW 행사가액 역시 주가 상승과 연동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금융위가 이처럼 제도를 개편한 것은 리픽싱이 주식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만약 기존에 CB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의도적으로 악재성 루머를 유포해 지분을 저렴하게 대량 취득할 수 있다. CB에 리픽싱 조항이 들어가 있다면 CB 전환가격 역시 주가와 연동해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들은 CB를 미리 받은 후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상장사를 인수하곤 했다.

지나치게 잦은 리픽싱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CB를 발행할 때 리픽싱 조항이 같이 딸려 나오는 상황이 많은 데다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무분별하게 (리픽싱이) 계속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우리나라는 리픽싱 제도가 다소 과도하게 운영되는 부분이 있어 불공정 거래 행위를 억제하자는 차원에서 최소 한도로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 업계와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제도 개편이 메자닌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리픽싱→기업 펀더멘털 회복→주가 상승→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을 겨냥하는 CB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만약 주가 1만 원짜리 종목의 가격이 조금씩 떨어져도 나중에 1만 2,000원이 되면 한 번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이 9,000원이 될 경우 차익이 3,000원 생기는 것”이라며 “CB는 이 같은 차익을 고려해 투자하는 상품인데 전환가액이 주가 상승과 함께 원상태로 돌아온다면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BW는 보통 신용 등급이 낮아 일반 회사채나 담보 대출을 받기 어려운 곳에서 자금을 융통할 때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 CB·BW는 신용 등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로 발행하고 공모 CB·BW도 신용 등급 B~BB 수준에서 발행한다”며 “최소한 공모 CB에 한해서라도 규제 예외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메자닌 투자자는 “제도가 개정된 상태에서 CB를 발행하려면 차라리 담보부 CB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동산·부동산 담보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지 굳이 CB를 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만 있고 매출과 담보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유상증자 빼고는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쏠림이 심해지면 개미들만 죽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됐을 당시 유상증자가 급증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대책을 처음 발표한 후 상장회사협의회 등과 회의를 진행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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