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수입해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설비 비용이 최대 6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의 의뢰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19기(9.7GW)의 LNG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기 위해 들여와야 하는 가스터빈·증기터빈 등 외국산 설비 규모가 6조 2,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LNG 발전을 늘려 이를 보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문제는 핵심인 가스터빈의 경우 미국·독일이 세계 시장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연구원은 가스터빈만 수입하고 나머지 설비를 자체 생산해도 2조 1,100억 원 규모로 수입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유지·보수 비용 문제까지 따지면 외화 유출은 물론 기술 종속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산 제품 범람으로 국내 산업 기반이 무너진 태양광 전력 사업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풍력도 터빈 제조 기술이 앞선 네덜란드·덴마크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마찬가지다. 당국이 발전 단가가 석탄에 비해 1.5배나 비싼 LNG 발전소 확대 정책을 서둘러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손실이 너무 크다.
LNG 발전은 설비뿐 아니라 연료까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가격 변동도 심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 급속한 LNG 발전 확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원전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자립 능력을 갖춘 에너지원이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다. 우리가 애써 키운 국산 원전 기술을 내팽개치고 ‘외국 회사 잔칫상’이나 차려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조절해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