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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어쩌다 다시 ‘헬조선’인가

문성진 논설위원

민주당 다르긴커녕 청년분노 더 키워

잇단 실책에 집값 오르고 일자리 줄어

세계10위 경제대국이 ‘헬조선’이라니

내년 대선 ‘악당’ 안뽑게 현명한 선택을





민주정치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꼭 발전만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2,400여 년 전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곡 ‘여인들의 민회’를 읽고 든 생각이다. 주인공 프락사고라는 능력도 없이 권력을 독점하며 세상을 지옥과 다름없게 만든 남성들에게서 정치를 뺏으려 한다. 그녀는 대중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 책임이오, 백성 여러분! 여러분은 공금에서 일당을 받으면서도, 저마다 사리사욕을 채울 궁리만 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래서 공익이 휘청거리고 있어요.” 기원전 392년에 공연된 이 작품에서 그려진 그리스 민주정치의 참상이 정쟁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정치와 겹쳐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청년 유권자들로부터 철퇴를 맞고 참패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민주당이 마련한 ‘20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민주당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각종 비리가 생기면 편 나누지 않고 공평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을 돌아보면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기는커녕 외려 더 했다. 불공평한 짓을 거듭하며 청년들의 분노까지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고 했지만 집권 4년간 서울의 30평형 아파트 값은 6억 6,000만 원에서 11억 9,000만 원으로 5억 3,000만 원이나 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 오른 1억 3,000만 원의 4배가 넘는 엄청난 상승률이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고 도입한 새 임대차법은 시행 1년 만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을 법 시행 전 5억 원에서 6억 3,000만 원까지 뛰게 했다. 이 와중에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가 터졌으니 부동산 지옥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일자리는 또 어떤가. 집권 초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동시에 소득 주도 성장을 앞세우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것이 패착이었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018년과 2019년에 7,530원과 8,350원으로 대폭 올리면서 일자리가 확 줄었다. 연령별 일자리 증감률을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20대 이하는 -2.3%, 30대는 -6.8%로 급감한 반면 60대 이상은 39.2%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발생했다. 비정규직 인력 일부를 자회사 채용 조건에서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를 들은 2030 취업준비생 청년들은 가슴에 천불이 났을 것이다.



교육은 더 깊은 늪에 빠졌다. 그러잖아도 학벌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학부모나 학생이나 교육에 삶이 저당 잡힌 채 살고 있는 판에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혼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교수가 자녀의 진로 문제와 관련해 각종 편법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져 청년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그리하여 ‘헬(지옥)조선’이 다시 소환됐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1.6%가 ‘한국은 희망이 없는 헬조선 사회’라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친일 성향 커뮤니티에서 한국을 멸시하는 용어로 쓰였던 ‘헬조선’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지탄하는 말로 널리 퍼졌다가 정권 교체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데 왜 헬조선인가. 앞으로 상황은 좀 나아질까. 이대로라면 비관적이다. 여당 유력 주자들은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지역주의와 정통성 시비를 벌이며 서로 헐뜯기에 바쁘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자멸의 문고리를 잡았고, 열지 말지는 그들의 몫일 것이다.

다시 ‘여인들의 민회’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이 나라는 여러분의 나라이자 내 나라요. 그래서 이 도시의 모든 참상에 나는 마음이 괴롭고 무거워요. 내가 보건대, 우리 도시는 언제나 악당을 지도자로 임명하기 때문이오.” 아마도 그때 그리스는 악당을 지도자로 계속 뽑았는지 결국 소멸의 길을 걸었다. 내년 대선에서 우리는 선택이 달라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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