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뷰] '침묵의 숲' 어른들이 만든 지옥, 떠나려 하지 않는 아이들 [영상]



영화 '침묵의 숲' 스틸 / 사진=이놀미디어 제공




끔찍하다.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라는 것,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가 있을 거라는 것이 처참하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만든 지옥 같은 곳, 영화 ‘침묵의 숲’ 이야기다.

‘침묵의 숲’은 2011년 대만의 한 청각 특수학교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청각장애학교에서 일어난 성폭행, 학대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와 궤를 같이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침묵의 숲’은 선생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성적 유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농인 학생들이 모인 특수학교에 전학 온 창청(리우 쥬 촨)이 통학 버스에서 남학생 무리가 여학생 베이베이(진연비)를 성폭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베이베이는 통학 버스에서 성폭행을 당할 때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지만, 학교에서는 가해자들과 축구를 하며 해맑게 뛰논다. 창청은 그런 베이베이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고, 그를 도와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베이베이는 친구들의 장난일 뿐이라며 피한다. 오히려 이 사실을 학교에 알리면 자신이 ‘배신자’가 된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창청에게 “걔들이랑 같이 날 괴롭혀”라고 말한다.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말해주 듯이.



영화 '침묵의 숲' 스틸 / 사진=이놀미디어 제공


베이베이가 지옥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이유는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베이베이의 조부모는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라 그를 집안에 가둬 세상과 단절시켰다. 베이베이는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가면서부터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베이의 세상은 학교가 전부였고, 학교 밖은 누구와도 쉽게 소통할 수 없는 감옥 같은 곳이었다.

작품은 평범한 삶을 살기 어려운 농인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경찰은 억울하게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말 못 하는 창청보다 거짓말을 하는 범인의 말을 믿는다. 영화관의 잘못으로 이중 예약 된 좌석에서 영화를 보던 창청과 베이베이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농인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시선 때문에 쫓기듯이 영화관을 나온다. 그 순간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았다“고 한 베이베이의 말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 무겁게 다가온다. 이런 사회적 인식 부족과 편견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세상을 지키려 노력한다. 베이베이는 학교로 돌아가려 하고, 창청은 일반학교로 전학 가는 것을 거부한다.



괴롭힘을 주도하는 샤오광이 가진 비밀도 무겁다. 신임 교사 왕다쥔(유관정)은 베이베이의 사건을 발단으로 교내 조사를 시작한 뒤 수년간에 걸쳐 샤오광과 연루된 선후배, 동급생들 사이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샤오광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어른들의 침묵 속에서 방치된 아이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한다.

영화 '침묵의 숲' 스틸 / 사진=이놀미디어 제공


‘침묵의 숲’이라는 제목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로만 이뤄진 학교라 고요함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뜻도 있지만, 문제를 알고도 오랜 세월 동안 외면하기만 했던 어른들, 상처 입고도 이곳을 쉽게 벗어날 수 없어 침묵을 지키는 아이들이 있는 외딴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어른, 그 잘못을 은폐하려 했던 어른,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대물림된 잘못. 바로 잡지 못한 잘못은 걷잡을 수 없이 울창해졌다.

작품의 연출은 꽤 적나라하다. 사건을 암시하는 묘사로 끝나지 않고, 직면하게 해 고스란히 충격을 전해준다. 대부분이 수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운드가 화려하지 않지만, 배경 소리와 배우들의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흡입력 있는 전개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수록 몰입도가 더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주연 배우 진연비와 리우 쥬 촨은 이 작품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각각 금마장 신인배우상과 인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샤오광 역을 맡은 한국 배우 김현빈은 감정의 동요가 없는 악마 같은 모습에서 비밀이 밝혀지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현빈은 이 작품으로 아시아필름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1월 4일 개봉.

영화 '침묵의 숲' 스틸 / 사진=이놀미디어 제공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침묵의숲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