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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민박 허용하더니 책임보험 강요"…현장 아우성에도 규제 여전

■현장 요구 반영 않는 규제개혁

"팔지도 않는 보험 들려 15곳 전전" 현실 모르는 당국에 울분

중기 절반 주52시간 어려운데 정부는 되레 "임금 증가" 반박

요구사항 말해도 복지부동…"칸막이 없애고 이해관계 조정을"





# 공유숙박 업체 ‘위홈’은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대상 서비스를 준비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사업의 탄탄대로를 보장할 줄 알았는데 막상 사업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정부가 ‘책임보험’에 가입해 대비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조산구 위홈 대표는 “기술적 준비를 마쳐 서비스를 바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책임보험에 발목이 잡혔다”며 “보험사에서 판매하지도 않는 보험을 들기 위해 보험사만 15곳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사에서 번번이 거절당했고 책임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다 소비했다”며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숙박 제공자(호스트)에 대한 보험에 가입하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토로했다.

# 고용노동부는 10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조선업이 80%가량 차지하는 기타운송장비제조업 중 5~299인 근로자 사업장의 상용직 임금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 7~8월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5.3%, 상반기는 2.6% 증가했다는 게 골자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임금이 줄었다는 중소기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299인 사업장 414곳과 중소 조선 업체 근로자 171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54.1%는 주 52시간제 시행이 어렵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아우성인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통계 수치로 자화자찬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 개혁은 이처럼 산업 현장과 온도 차가 크다. 정부가 규제 개혁 제도를 전방위로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세부적인 영역에서의 규제가 여전히 기업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의 절실한 요구를 묵살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현장 간 칸막이가 지나치게 강해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규제 개혁 제도만 수두룩…기업의 가려움 못 긁어줘=김부겸 국무총리는 9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4년간 규제 혁신 제도·방식·형태의 일대 전환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우리 정부에서 최초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K 규제 혁신 플랫폼’은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과 경제 활력 회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 규제 혁신 로드맵, 네거티브 전환 등 플랫폼을 구축해 총 1,295건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규제 챌린지’도 시작했다. 규제 챌린지는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제도다.



규제 개혁 제도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규제를 피하려고 왔는데 다시 규제를 맞닥뜨렸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위홈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공유숙박업을 하며 각종 부가 조건을 이행해야 했다. 지하철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해야 하고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불가하며 외국인에게 식사와 가정 문화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었다. 조 대표는 “정부가 내건 부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호스트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조건을 조정해달라고 담당 부처에 말해도 꿈쩍도 안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현장 칸막이 해소 필요…사회적 조정 병행해야=전문가들은 현행 규제 개선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와 현장 간 칸막이를 지적한다. 주무 부처에서 규제 개혁 신청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경우 다수의 민간위원이 지지하더라도 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는 대개 기존 산업과의 충돌 또는 환경·시민 단체의 반대가 예상되면 보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현장과 소통하며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일단 갈등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가 규제 개혁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규제자유특구 확대 등 재계가 요구하는 사안들은 여전히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9년 4월 ‘규제자유특구법’ 시행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에 규제를 풀어 신산업 발전을 촉구하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특구를 수도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지방과의 갈등을 우려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중소기업에서 요구하는 주 52시간 예외 적용 등도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중소 조선 업체 근로자 중 76%가 주 52시간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잔업 감소로 임금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 업계는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을 야기하고 있는 자율주행 규제를 해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사회적 조정 절차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조정하지 못하니 규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간 조정 작업이 병행돼야 하며 이게 이뤄지면 포괄적으로 못 풀어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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