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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김황식 前 총리의 고언…대립·분열의 韓 정치, 다시 한번 獨을 보라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김황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최악 전범국서 유럽 중심 된 독일

국민이 꼽은 위대한 인물 1위가 총리

1대 아데나워서 4대 브란트까지

그들의 정치 경험·신념·과오 분석

준비된 리더십·협치의 교훈 전해





‘뉴 밀레니엄’에 대한 흥분과 설렘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03년, 독일 공영 TV ZDF는 여론 조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마틴 루터(1483~1546)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인물은 전후 첫 총리였던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 전후 4대 총리인 빌리 브란트(1913~1992)가 3위에 올랐고, 6대 총리 헬무트 콜(1930~2017)이 13위, 5대 총리 헬무트 슈미트(1918~2015)가 21위, 2대 총리 루트비히 에르하르트(1897~1977)는 27위를 각각 차지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최악의 전범국이자 패전국의 처지에서 벗어나 명실공히 21세기 유럽의 중심이 된 독일의 국민들이 ‘현재의 영광’을 과거 총리들의 공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에게는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가 다소 충격적이다. 전후 한국사에서는 임기를 마친 후 최고 지도자와 측근들이 줄줄이 어둠 속에 갇혀 버리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아예 임기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탓이다.

전후 1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왼쪽부터), 2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3대 쿠르트 키징거, 4대 빌리 브란트./사진출처=독일 총리실 홈페이지


신간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1’은 한국 정치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이 독일에선 가능한 이유를 독일 역대 총리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그는 법조인 출신으로, 대법관과 감사원 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제41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총 880일 동안 총리직을 수행했는데, 이는 직선제 이후 제45대 국무총리 이낙연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재임 기간이다. 그 만큼 당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지지와 신뢰 속에 안정적으로 소임을 다한 총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독일의 전후 첫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 그는 14년의 재임 기간 동안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독일을 빠른 판단으로 재건했다./사진출처=독일 총리실


‘걸어다니는 중재위원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독일 2대 총리 루트비히 에르하르트./사진출처=독일 총리실


물론 한국에서 총리의 위상과 역할은 독일과 다르다. 독일 총리는 모든 실권을 가진 최고 지도자로, 한국의 대통령과 비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국정 운영의 2인자로서 대통령을 근접 보좌하면서 국정을 함께 논의하고, 사회 전반의 조정자 역할을 한 경력은 타국과 한국의 국정 운영을 비교해 우리가 취해야 할 교훈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문을 추려내는 데 있어 결정적 경험으로 작용한다. 김 전 총리는 법관 재직 중 독일에서 공부했고, 총리 퇴임 후 독일에서 반년 간 머물기도 했다.

김 전 총리가 “이 분야를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독일 총리에 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름의 시각에서 정리해 우리 정치인과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현대사는 희망의 등대를 향해 나아가는 감동의 역사”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정치도 등대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총 2권으로 구성되는 책에서 김 전 총리는 아데나워부터 최근 16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8대 앙겔라 메르켈까지 8명의 총리를 2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1대 아데나워, 2대 에르하르트, 3대 쿠르트 키징거, 4대 브란트의 재임 기간 치적과 당대 내부 정치 지형, 전후 외교 문제 처리 과정 등을 소개한다.

전후 독일의 3대 총리 쿠르트 키징거는 1966년 취임해 첫 대연정을 이끌었다./사진출처=독일 총리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앞에서 무릎꿇고 사죄하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사진출처=독일 총리실


김 전 총리는 “독일 정치에 신데렐라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모두 총리직을 맡기 전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국가를 이끌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그는 평가한다. 또한 질곡의 시대를 통과하며 인간적 고뇌와 성찰을 통해 평화·번영·애국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확보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독일의 연정과 협치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는 전 정부의 정책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계승했지,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장선 상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 청산과 능력 없는 ‘우리 친구’가 정권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우리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고 지도자라면 인기영합주의에 빠져선 안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브란트가 독일의 장래와 유럽의 미래를 위해 국내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폴란드에 편입된 자국 영토 회복을 포기했던 게 대표적이다. 또한 아데나워가 강단있게 추진한 친서방정책은 후일 브란트가 추진한 동방정책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물론 독일의 총리들도 과오를 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빛과 어둠은 함께 존재한다. 아데나워는 자신감과 추진력은 넘쳤지만 후계자를 제대로 키우지 않았고, 에르하르트는 ‘걸어다니는 중재위원회’란 호평을 받았으나 돌파력 부족에 발목 잡혔다. 김 전 총리는 이들의 명암을 함께 조명함으로써 한국 정치에 균형적인 교훈을 전한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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