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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꾸라지 경계경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든 인류가 고속도로를 달리게 한다” 1925년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광고 카피다. 당시 포드는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비누 등 생활용품의 세계적 기업인 유니레버는 비누에 ‘구명조끼’라는 이름을 붙였다. 빅토리아 시대였던 당시 위생상태가 나빴기 때문에 비누를 사용하면 위생습관을 높여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최근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설립 초기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 네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전략을 뚝심있게 편 결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트잇과 같은 문구류와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3M에는 15%룰이 있다. 연구개발 인력들이 정규 일과시간의 15%를 떼어내서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게 한 제도다. 구글은 시간을 더 확대해서 20% 룰을 적용한다고 한다.

포드나 유니레버는 돈을 버는 기업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철학’이 있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장기 비전’을 세우고 뚜벅뚜벅 미래로 향했다. 3M과 구글은 조직 구성원에게 ‘자유’를 부여해서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 냈다. 철학, 장기비전, 자유 이 세가지는 시대를 뛰어 넘어 모든 조직의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새로운 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에서도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창업자들은 기술에 밝고 글로벌 감각까지 갖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경영자들이 100여년 전 포드나 유니레버와 같은 철학이 있을까? 이들이 따라 배우고 있다는 주장하는 미국 빅테크와 같은 장기 비전이 있을까? 직원들에게 자유롭고 창조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있을까?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회사에 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가 문제다. 최근 카카오 등 한국형 빅테크 기업들의 단기 이익 추구는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직원 혹사, 스톡옵션 먹튀, 독점 추구 등 과거 개발독재시대 재벌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업들이 발견된다. 또한 지난주 광주 APT 신축공사 붕괴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 기업의 2~3세 경영자의 일부는 자신의 조부모 시대 경영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이 선진국이 된 1등 공신은 기업이다. 향후 성장과 혁신은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미꾸라지 기업가들의 탈선 때문에 규제 완화나 다양한 지원을 위한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향후 기업의 성장은 경영 철학과 장기 비전, 그리고 직원들에게 창의적 자유를 제공해야만 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중국이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공동부유를 목표로 내걸은 깊은 속내도 우리 처지와 비슷한 듯 하다. 대전환 시대 이후의 자본주의에서는 분명 미꾸라지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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