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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조직문화 개선, 리더부터 솔선수범하라

<165> 말 대신 행동 보여주기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복장 자율화부터 작업실 청소까지

리더가 본보기 보여야 직원도 실천

조직內 프로젝트 등 부진에도 보상

실패 용인하는 자세가 혁신 이끌어







군대 내 폭행 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안타깝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경우에는 말문이 막힌다. 도대체 왜 저런 일이 벌어질까. “교수님, 저는 제 함장실 청소를 절대 부하들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반드시 직접 합니다. 제 방 청소를 아래 부하에게 시키면 그 부하는 또 그 아래 부하에게 시키고 결국 제일 밑에 있는 신참 사병은 죽어나게 마련입니다.” 특강에 나가서 만난 한 해군 함장의 이 이야기는 필자의 귀를 번쩍 트이게 만들었다. 이런 지휘관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 손자가 요즘 부쩍 살이 많이 찐다. 잘 관찰해보니까 과자를 열심히 먹는다. 집에 과자가 많이 있으니 자연 손이 쉽게 가는 거다. 알고 보니 아이 엄마도 간식을 엄청 좋아한다. 사실 필자가 살찐 이유도 간식을 좋아해서다. 딸도 날 닮아서 그런 거다. 결국 내가 모범을 보이지 못한 탓에 다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손자가 책 하나는 열심히 읽는다. 집에 책이 많다. 필자도 책은 참 좋아한다. 궁금한 일이 있으면 그 방면의 책부터 검색한다. 책 읽는 것도 다 필자 때문일까. 사실 은근히 자랑하는 중이다.

어느 식당에 들어갔더니 직원들이 매우 불친절했다. 음식을 제공하는 태도가 몹시 불만에 찬 모습이다. 이런 경우 대개 그 집 주인이 직원들을 불친절하게 대할 때가 많다. 공장 작업실이 매우 지저분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장이 아무리 말로 강조해도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청결에 힘쓴 작업반에 칭찬과 격려를 하면서 같이 청소를 했다. 그때 비로소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은 일절 하지 않고 그냥 청소만 같이 한다면 효과가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말로 가르치면 따라 하지 않는다. 청개구리 심보만 늘어난다. 그냥 몸으로 보여주는 솔선수범이 최고의 선택이다.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의할 때 너무나도 조용하다. 아무도 입을 먼저 열지 않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회의가 활성화될까. 리더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다들 가만히 있는다. 그저 메모하기에 바쁘다. TV에서도 자주 보이는 장면이다. 잘 못 발언한 직원에 대해 가차 없는 질책이라도 가해지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2등은 하는 거다. 다들 가만히 있으면 리더가 말을 먼저 꺼내라. 다들 발언하면 조용히 들으면 된다. 참석자가 너무 많아서 발언을 아끼고 있다면 문자로 질문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더는 마지막에 발언하라. 왜? 리더가 하는 말은 곧 결론이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에 갔더니 모두 노타이 차림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회장님이 복장 자율화를 지시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도 노타이 차림이었다. 이것은 복장 자율화가 아니라 제복이 바뀐 거다. 회장님이 청바지를 입었더니 다들 청바지로 통일되더란다.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회장이 청바지도 입고 노타이도 하고 여름에 반바지도 입고 겨울에 롱패딩도 입어야 복장 자율화가 진정으로 이뤄진다. 아니면 노타이가 제복이 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통일을 좋아한다.

혁신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장이 발명왕이라도 되면 그 조직에 혁신이 샘솟듯 일어날까.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정보기술(IT) 벤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개발(R&D) 팀장이 어느 날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입니다”라고 보고한다. 시작한 지 불과 두 달만의 일이다. 회사 대표는 그 주 금요일 실패 축하 파티를 연다. 그 업계에서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리는 평균 시점이 6개월인데 4개월 치 예산을 절감했다는 것이 이유다. 혁신은 실패를 용인할 때 일어난다. 실패를 보상해주면 더욱 혁신이 활성화된다.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조직 문화가 바뀐다. 발언도 분위기를 보면서 하고 옷도 그때그때 다르게 입고 실패도 너그럽게 받아줘야 한다. 솔선수범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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