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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수사·공소유지 모두 부실…김학의 무죄와 검찰 ‘원죄론’[서초동 야단법석]

증인신문 전 면담 절차가 발목

法 "회유·압박 영향 배제 못해"

檢, 면담 관련 기록도 안 남겨

초동수사 이어 공소유지도 실패

남은건 '불법출금' 법원 판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이른바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모든 혐의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 원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결백이 증명된 게 아니라 검찰의 부실한 공소유지를 무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당사자는 의혹이 제기된 지 9년 만에 혐의를 벗은 반면, 관련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법무·검찰 관계자들은 재판에 넘겨져 2차전을 치르고 있다.

검찰 면담 후 뒤바뀐 증언法 “신빙성 없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들었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김 전 차관의 친구이자 사업가 최모씨의 법정 증언 신빙성이다. 지난 2020년 10월 28일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4300만원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는 수수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 기소돼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봤지만, 2심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최씨가 2009~2011년 대납한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 요금 174만원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공소시효의 한계를 넘기 위해 연속으로 일어난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는 검찰의 ‘포괄일죄 적용’ 묘수가 통한 것이다. 비록 핵심 쟁점인 성접대 의혹은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뇌물 혐의 유죄로 김 전 차관을 법정 구속하는데 성공한 검찰은 부실수사의 책임을 덜게 됐다.

하지만 반전은 대법원에서 나왔다. 대법은 핵심 증인인 최씨에 대한 검찰 사전면담 과정에 의구심이 든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증인신문 전 이뤄진 최씨에 대한 사전면담이다. 최씨는 검찰과의 면담 후 앞선 자신의 뇌물공여 사건과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한 진술을 번복했고, 그 내용은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이를 신빙할 수 있다”고 대법은 봤다.

검찰이 이후 진행된 약 7개월간의 파기환송심에서도 석연찮은 면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면담이 증인이 법정에서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돕는 증인친화‘를 넘어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대비하는 ’증인점검‘까지 나아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담당 검사가 사전면담 과정에 대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점이 해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뭉개기 수사' 끝은 “죄 없다” 허무한 결론




앞서 검찰은 경찰의 김 전 차관 수사 당시 출국금지와 체포영장 신청을 연이어 반려하고, 1차 조사 때는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고의적인 부실수사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2차 조사 때 역시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고의적 부실의혹이 나왔다.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냐’는 논쟁에 불씨를 붙여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사건의 시작인 ’원주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진 2013년 7월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1·2차 조사 때까지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 확정짓지 않았고, 2019년 진상조사단 수사권고로 진행된 3차 수사에서야 해당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전제로 혐의를 공소장에 담았다. 1심 역시 “(동영상 속 인물과 김 전 차관의)얼굴형, 이목구비, 머리모양, 안경 등이 매우 유사하다”며 해묵은 논란을 불식시켰다. 다만 성 접대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로 판단했다.

이러한 뭉개기 수사 끝에 겨우 살린 혐의 마저 공소유지 단계에서의 부실로 사실상 무죄 결론이 내려지면서 검찰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전 차관의 사건이 일단락된 것과 달리 당시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관계자들은 대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차규근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은 2018년 자신에 대한 수사 직전 김 전 차관이 해외로 출국하려 하자 이를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들에 대한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같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재상고 의사를 밝혀 이번 사건은 상고심이 예정돼 있지만, 앞선 대법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린 만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떠들썩했던 사건은 결국 검찰에 대한 ‘원죄’만 상기시킨 채 9년 만에 종착지만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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