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납니다. 억대 수입차 10대 중 6대가 법인 차량 이래요!"
“회장님들이 많이 타서 그런가? ”
“그게 아니라 개인용도인데 탈세를 위해 법인이 구매하는 거죠”
“어떻게 아면 좋을까?”
“법인 차량 번호판을 일반 차량과 다르게 색상을 넣는 거에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이 최근 올린 공약 홍보 동영상의 일부다. 법인 명의로 된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부를 과시하고 어깨에 힘주는 일부 부유층의 행태를 꼬집으면서 2030 청년 세대와 서민의 표심을 자극하는 동영상이다. 딸이 고가의 수입차를 회삿돈으로 리스해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의 행태까지 문제삼아 더불어민주당을 ‘디스’하는 일석이조의 동영상이기도 하다.
사실 고가 수입차의 법인 구매 문제는 해묵은 논란이다. 대부분의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제네시스 등 국산차를 많이 이용하고, 일반 직원 업무용은 중소형 국산차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법인 구매가 폭증하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법인 판매는 4만2627대를 기록해 사상 처음 4만대를 돌파했다.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전체 판매량 6만5148대의 65%가 법인 구매인 셈이다. 법인 매매는 일반 기업이 자사 명의로 차량을 사거나 렌터카 또는 리스사가 차량을 구매한 것을 포함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법인 구매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개인용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법인의 의전용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 차량이나 의전용 차량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국산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결국 법인명의로 구매한뒤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렌트나 리스로 차를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법인명의로 승용차를 구매해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탈세의 목적이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행 법인세법상 업무용 승용차는 차량 가격에 상관없이 손비를 인정받는다.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1500만원 한도로만 인정받지만 운행기록을 작성하면 1500만원 초과분도 인정한다. 개인용으로 사용시 운행기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겠지만 어쨋든 1500만원까지는 손비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연간 800만원까지 감가상각까지 인정돼 이 부분을 비용처리할 수 있다. 또 차량 가격 잔여분을 다음 해로 계속 이월할 수 있어 사실상 차량 구매 가격 전부를 감가상각비로 손비처리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승용차 손비처리 규정은 업무용 승용차로 보기 어려운 고가의 스포츠카까지 손비처리를 인정함으로써 법인세 탈루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세청은 지난 2020년 근무하지 않은 가족에게 ‘고액급여’를 지급하고 법인명의 고가 '슈퍼카'를 사적으로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법인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면 자영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현행 규정상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을 기준으도 건강보험료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렌트나 리스도 마찬가지다.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렌트나 리스를 할 경우 법인명의로 빌리면 손비처리가 가능하고 개인명의로 빌려도 차량의 소유권은 렌트사나 리스사에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렌트카의 경우 번호판이 ‘허, 하, 호’ 등으로 렌트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개인용도로 고가의 수입차를 빌려타는 경우에는 주로 리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차량은 번호판만으로는 법인명의인지 개인명의인지 알수 없다. 특히 법인명의로 리스를 하면, 보증금과 보험금 등 유지비까지 모두 회삿돈으로 손비처리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명의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거나 리스한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면서 부를 과시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손비처리를 제한하거나 법인명의 자동차의 번호판 색깔을 달리해 법인명의의 고가 수입차를 몰면서 자신의 차인양 부를 과시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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