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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개 체인약국' 기반 온·오프 시너지…원격의료 판 커진다

[온누리, 원격의료 진출]

◆비대면 진료·藥 배송 추진

수십년간 '가맹사업 노하우' 갖춰

일반 약국들 동참도 이끌어 낼 듯

이커머스 경쟁력 바탕 급성장 전망

대형약국에 쏠림 줄도산 위기감

약사단체 반발은 가장 큰 변수로





국내 최대 약국 체인인 온누리H&C 관계사인 온누리스토어를 통해 원격의료 사업이 시작되면 약국 원격의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온누리스토어의 사업 기반이 2200여 개에 달하는 전국 온누리약국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일부 약국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온누리H&C가 30여 년간 온누리약국 가맹 사업을 진행해온 만큼 원격진료 및 약 배송 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이 풍부하다. 게다가 온누리스토어는 온누리 체인 약국 외에 일반 약국도 함께 공략할 계획이기 때문에 원격의료에 긍정적인 약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약국들과 사업을 해온 경험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온누리가 약국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한다면 전체 약국 사회에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일부 체인 약국들의 반발과 약사 단체의 강경한 반대 입장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누리H&C의 전신은 박종화 대표가 1991년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한 온누리건강이다. 이후 30여 년간 약국 가맹점을 꾸준히 늘리며 약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서도 높은 인지도를 구축했다. 전국 가맹점을 기반으로 건강 기능 식품과 일반 의약품, 건강 및 미용 관련 다양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도 갖췄다. 랩헌드레드는 박종화 대표의 아들인 박효수 대표가 2018년 온누리약국 체인의 DNA를 고스란히 이식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9년 10월 온누리약국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인 온누리스토어를 오픈하고 구강 청결 분야 ‘테라브레스’, 어린이 영양제 ‘차일드라이프’,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불독’ 등 해외 히트 상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온누리약국 등과 함께 개발한 PB 상품 등을 통해 인기 몰이에 성공하며 설립 4년 만에 연 매출 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온누리약국 체인이 가진 전문성과 브랜드 인지도, 건강 기능 식품 개발 역량 등에 스타트업인 랩헌드레드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및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효수 대표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 1월 온누리스토어를 랩헌드레드에서 물적 분할하며 온누리스토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분할 3개월 만인 지난달에는 유니온투자파트너스·쿼드자산운용·로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도 끌어냈다. 온누리스토어는 이번에 유치한 자금으로 해외 브랜드들과의 파트너십 확대, PB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정보기술(IT) 인프라 강화 작업에 나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2026년 이내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온누리스토어가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은 현재 e커머스 경쟁력 외에도 원격의료 시장에 대한 비전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누리약국과의 시너지를 통한 e커머스 사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최근 법제화 논의가 시작된 원격의료 시장에서 성장성을 봤다는 것이다.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한 유니온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관계사 온누리약국을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 능력, 스타트업 특유의 기동성, 지난 2년간 증명해온 브랜드 소싱 역량 등이 차별화됐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 이후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사업에서 온누리스토어 특유의 강점을 기반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가 포함된 신사업의 청사진이 공개될 경우 약사 사회에서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약사회를 필두로 약사 단체가 처방약 배송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 온도·습도에 예민하고 변질될 우려가 있어 취급에 주의해야 하고 전문성도 요구되므로 일반 물류와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비대면 약 배송이 횡행할 경우 복약 지도 등이 생략되고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불거져 궁극적으로 약료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일선 약국가에서는 대형 약국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 약국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국내에서는 의사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으로 처방하고 약국에서 해당 제품을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 약국은 인근 병·의원에서 주로 처방되는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전제되지 않은 가운데 비대면 처방에 대응하려면 대량으로 약을 구비해둔 대형 약국만 세를 불리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온누리스토어가 약 배송 사업을 시작하면 온누리H&C의 가맹 약국들이 탈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 등 플랫폼에 가입한 약국들에 처방전 접수 거부 또는 탈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약 업계 관계자는 “직접 진출은 아니더라도 온누리H&C의 관계사가 약 배송 사업에 뛰어든다고 하면 약사 단체의 반대에 직면할지 모른다”며 "약사들과의 상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약사 단체와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점이 신사업 진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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