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이 정치인에 대한 '명예 훼손' 동영상을 유튜브에 방치한 구글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들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은 이날 존 버릴라로 전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부총리가 유튜브의 모회사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구글에 71만5000 호주달러(약 6억50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20년 9월과 10월에 두 차례 '부르즈'와 '비밀독재'라는 제목으로 영상 2건을 유튜브에 올린 코미디언 조던 섕크스와 이를 삭제하지 않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섕크스는 버릴라로 전 부총리를 뇌물·협박·공금 유용 등에 연루된 부패 정치인으로 묘사한 영상을 게재했고, 이탈리아계인 그가 마피아를 연상시킨다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판결을 내린 스티븐 레어즈 판사는 "비록 섕크스가 코미디언이지만 이 영상은 버릴라로에 대한 끈질기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전혀 코믹하지 않다"며 "원고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버릴라로 전 부총리가 2020년 말 구글에 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구글은 인종차별적 공격을 방치한 이유를 해명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구글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사이버 괴롭힘과 희롱을 막는다며 제정한 자신의 정책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버릴라로 전 부총리는 "힘든 여정의 끝에 바른 결과가 나와 기쁘다"며 "구글과 싸우려면 용기나 미련함 중 하나 또는 둘 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본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됐으나 온라인에는 다른 형식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이것이 소셜미디어 세상의 짐승 같은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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