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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잠든 추모공원에 100m 길이 '성경의 벽' 세운다

개신교계 사회봉사 단체 설립

구·신약에 담긴 133만자 새겨

전병삼 작가 "인류애 느낄 것"

송길원(왼쪽) 하이패밀리 대표와 전병삼 작가가 11일 안데르센 공원 묘원에 들어설 ‘성경의 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묻힌 경기 양평군의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안데르센 공원 묘원에 성경의 모든 글자를 새긴 100m 길이의 설치 작품 ‘성경의 벽’이 들어선다.

개신교계 사회봉사 단체인 하이패밀리의 송길원(65) 대표(목사)는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초의 한글 성경인 존 로스의 번역본 기준으로 1753페이지에 이르는 성경 구절을 훈민정음체로 적어 한 페이지로 펼쳐 보이는 ‘K바이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치 작품의 이름은 ‘펼침: 성경’(UNFOLD: The Bible)으로 컨셉은 ‘이스라엘에는 통곡의 벽, 한국에는 성경의 벽’이다. 청란교회가 주관하고 ‘경기도 기독교총연합회’가 함께 한다.

벽의 설계와 디자인은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현대미술가 전병삼 작가가 맡았다. 이번 작품은 A4용지 크기의 스테인리스판 5000∼6000 개에 구·신약 성경에 담긴 글자 133만1678자를 하나하나 새겨 길이 100m, 높이 3m 규모의 철골 구조물에 붙이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국내외에서 성경을 주제로 이런 대형 설치작품이 시도되기는 처음이다.



안데르센 공원 묘원에 들어설 ‘성경의 벽’의 이미지./사진 제공=전병삼 작가


전 작가는 “새기는 글자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멀리서 작품을 본다면 마치 빛나는 벽처럼 보일 것”이라며 “작품이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주 비행사가 지구를 바라는 보는 시각이 일반인과 다르듯 성경을 한번에 펼쳐 인류애를 느끼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치 장소를 어린이 화초장지로 택한 이유도 죽음 안에 있는 생명을 얘기하고 추모 공원이 단순히 잠들어 있는 곳이 아니라 같이 빛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아서다. 그 역시 6년 전 생후 2개월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은 탓에 이번 작품 준비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했다. 전 작가는 “공원에는 (잠든) 아이들이 있고, 그것을 감싸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잘 알고, 익숙한 것을 한걸음 바깥으로 나가 바라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송 대표는 “무덤이 가진 의미는 ‘기억의 장치’인데, 우리는 이것을 아이를 기억하는 의미로, 또 아이를 잃은 부모 치유의 장소로 만들었다”며 “이곳에 살아있는 말씀(성경)이 새겨진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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