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이 2년 8개월 만에 4만 가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저 기록을 한 달 만에 다시 썼다.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주택 인허가 물량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어 공급난 해소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1604가구로 전월 대비 27.1% 늘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20년 1월(4만 3268가구)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1만 7710가구)까지만 해도 1만 가구대를 유지하던 미분양 주택은 올해 1월 2만 가구를 넘어섰고 6개월 만인 7월 3만 가구를 돌파한 데 이어 다시 2개월 만에 4만 가구까지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까지 ‘청약불패’ 지역으로 여겨졌던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9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7813가구로 전월 대비 55.9% 급증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7.9% 늘어난 719가구다. 지방은 3만 3791가구로 한 달 새 21.9% 증가했다. 전국에서 대구(1만 539가구)가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6520가구) △경기(5553가구) △전남(2627가구) △충남(2418가구) △경남(2401가구)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다만 악성 미분양인 준공 이후 미분양은 전국 7189가구로 전월 대비 1.9% 줄었다.
얼어붙은 주택 매매 거래 시장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3만 2403건으로 전월보다 8.8%, 전년 동기보다 60.3% 감소했다. 지역별로 서울(3388건)과 수도권(1만 2609건)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6%, 66.1% 줄며 같은 기간 55.4%를 기록한 지방(1만 9794건)보다 감소 폭이 컸다.
주택 유형별 거래량을 보면 전국 아파트(1만 8028건)와 아파트 외 주택(1만 4375건)은 1년 전보다 각각 67.3%, 45.6% 감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9월 856건으로 전년 대비 77.9% 줄며 감소 폭이 컸다. 이는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로 올 8월(907건)에 이어 2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하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택 시장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공급 여건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급 선행 지표인 인허가 실적이 수도권에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9월 누계 기준 수도권 주택 인허가 실적은 13만 183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3%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지방(24만 8361가구)에서 41.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3만 2053가구)은 1년 전보다 48.7% 급감했다. 수도권의 경우 올해 1~9월 누적으로 주택 착공(-24.8%)과 공동주택 분양(-26.5%), 주택 준공(-5%) 등 모든 인허가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는 11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올 9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세종시와 경기도 의정부·김포시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래 실종, 가격 급락 현상은 대표적인 시장 경착륙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서울 강남이나 용산과 같은 주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 지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