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두 달 만에 다시 나타났다. 특히 수출 부진 속 경기 회복세를 간신히 이끌어낸 소비마저 불안한 조짐이라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소비는 1.8%, 설비투자는 2.4% 떨어져 7월에 이어 두 달 만에 3대 경제지표가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은 불안한 소비다. 9월 소매 판매(재화 소비)가 1.8% 감소한 것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의류 수요가 줄어 준내구재 판매가 3.7% 위축되고 추석 효과도 사라지며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5.0% 급락한 영향이 크다.
소매 판매와 함께 소비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서비스업 생산(서비스 소비)도 -0.3% 감소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8월 서비스업 생산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 효과 영향이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 회복이 제한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로 각종 축제와 행사가 취소되며 소비가 더욱 위축될 위험도 있다. 3분기 0.3%(전기 대비) 경제성장을 이끈 소비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탓에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생산은 7월(-0.2%), 8월(-0.1%)에 이어 세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9월에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스코 등 일부 제철소가 가동을 중단하며 감소 폭이 커졌다.
태풍 영향을 떼어내 보더라도 생산은 부진하다. 중국의 봉쇄 조치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탓이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4.5% 감소했고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54.7% 늘었다.
투자가 전월 대비 2.4% 감소한 것은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6.6% 줄어든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지난달 투자(전월 대비 10.4% 증가) 상황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해 투자 부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경기 흐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9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8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3개월 연속 하락이다. 코스피지수, 장단기 금리차 등 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어 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 조치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 가속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상존하는 상태”라며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수출과 제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등 주요 물가 품목 관리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이태원 사고 수습 및 구호를 위한 행정·재정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며 “민간 수출과 투자 활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