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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조 재고' 폭탄 터지나…대기업 창고도 꽉 찼다

■본지, 3분기 시총 상위 20곳 분석

1년동안 52% 폭증 '사상 최고'

'반도체 투톱' 석달새 8조 늘어





국내 주요 상장사 20곳의 재고 규모가 전 분기 대비 약 10% 증가해 3분기 말 기준 166조 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고 규모가 상반기에 이어 사상 최고 수준을 재차 경신했다.

15일 서울경제가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지주·금융·공기업 제외)의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9월 말 기준 재고자산 합계는 165조 9522억 원이었다. 3분기에만 약 15조 원(10%)이 불어났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56조 원(51.67%)이 폭증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투톱’의 재고자산이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재고는 5조 원 넘게 늘었으며 상반기에 3조 원가량 불어났던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석 달간 2조 7862억 원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재고자산 증가에 크게 뒤처졌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늘었다.

또 쌓인 재고를 팔아 매출을 올리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3.8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의 4.5회에서 올해 6월 말 4회까지 떨어진 데 이어 하락 추세를 이어간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3.2회에서 2.4회까지 급락했다.

그나마 상반기 폭증했던 재고 상승세는 둔화됐다. 20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상반기에 33조 원(28.2%)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9.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아와 고려아연 등은 오히려 재고 규모가 축소됐다.

국내 주요 기업의 재고자산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요 둔화로 공급 조절에 실패한 기업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과 신규 투자를 함께 축소한다. 이럴 경우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어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기업들이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내수 침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 등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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