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3.50%로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해 초까지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금리 역전 폭 확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 아래로 급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금통위원 대다수가 생각하는 최종금리 3.5% 수준에 변화가 있는지다. 경기 침체 우려에 부동산발(發) 금융시장 불안 등 물가 말고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면서 금통위원들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이 물가·성장·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요국의 긴축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요인만큼 정부 정책 등 대내 요인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9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가 이달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다음 달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최종금리 수준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최종금리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50%, 나머지 2명이 3.75% 이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두 달 동안 미 연준의 최종금리 상향 조정, 공공요금 인상,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각종 여건이 달라진 만큼 금통위가 생각하는 최종금리도 변화될 수 있다.
최종금리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물가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한은은 올해 초까지 5% 내외의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대폭 이뤄지면서 물가 하락 속도를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최대 폭인 ㎾h당 13원 10전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0.15%포인트다. 2분기 이후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가스요금 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고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한은 역시 향후 물가 경로에서 공공요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다음의 변수는 미 연준의 긴축이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대로 최종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리면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5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 다만 이 같은 역전 폭 확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로 미 달러화 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원 10전 내린 1243원 50전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이 12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3일(1242원 70전)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어느 정도 벌어져도 괜찮은지 알 수 없는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적정 금리 역전 폭이 어느 정도인지 금통위 내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한국경제학회가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시점에서 환율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대 금리 역전 폭을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금통위가 금리를 3.50%로 올린 후에도 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분간 긴장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금리가 일시적으로 미국 금리보다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금융 불안이 나타나게 된다”며 “경기나 국내 금융시장 여건으로 금리 인상이 어렵다고 평가되면 그 자체로 경제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부동산 경착륙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금통위의 계산대로 통화정책을 풀어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경기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마저 올해 성장률을 1.6%로 예상한 만큼 한은은 다음 달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1.7%보다 낮출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금융 안정 저해 요인으로 떠오른 부동산 경기가 변수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도 살펴야 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융시장이 이전보다 안정된 상황”이라며 “다소 안정되는 금융시장 상황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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