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이 발표한 2022년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2.7%)을 소폭 웃돌았지만 당국의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소비·생산·투자 등도 소폭 회복에 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깊은 후유증에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져 연간 성장률은 반세기 만에 최악의 수준에 그쳤다. 당국은 최근 빅테크 규제를 완화하며 민간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쏟아내며 경기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핵심적인 성장 동력이 됐던 인구가 6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더 이상 고속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2030년 이전에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야심도 물거품이 될 처지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로 시장 전망치인 1.8%를 웃돌았다. 연간 GDP는 121조 207억 위안(약 2경 2270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해 시장이 예상한 2.7~2.8%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원년인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1966∼1976년)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5.5% 내외’에도 크게 못 미친다. 1994년부터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중국이 지금까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이번까지 단 세 차례다. 그나마 앞선 1998년과 2014년은 목표와 실제 결과가 근접했지만 지난해에는 목표치의 반 토막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의 발목을 잡은 직접적인 요인은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1분기 4.8%, 2분기 0.4%, 3분기 3.9%, 4분기 2.9%로 성장률이 출렁였다. 2분기에는 상하이 봉쇄 여파로 주요 지역의 생산·물류가 차질을 빚었고 4분기에는 방역 정책 완화 추세에 따라 감염자가 급증해 3분기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발표된 12월 소매판매 증가율(-1.8%)은 전달에 비해 회복됐지만 3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그쳤고 12월 산업생산 증가율(1.3%), 1~12월 누적 고정자산투자(5.1%)는 전달에 비해 낮아졌다.
이는 최근 3년간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응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 전환의 영향에 당국의 경기 부양 총력전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12일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과학원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대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지속해온 ‘빅테크 때리기’ 기조를 완화하고 올해 경제 재건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내수 확대와 기업 지원을 강조하는 등 올해 경제 부양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차환을 위해 최대 1600억 위안(약 29조 4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일시적인 성장률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이미 구조적인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철저하게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로 성장을 이어왔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도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과 국영기업 중심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점차 부채가 늘고 재정이 위축되면서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GDP에서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 규제로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지방정부의 주 수입원인 토지 매각이 중단된 여파가 크다. 부동산 개발사가 디폴트에 빠진 것은 물론 지난해 11월까지 정부 누적 적자가 전년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는 7조 8000억 위안(약 1441조 원)까지 치솟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연임도 경제에 악재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3연임을 한 시진핑 체제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4연임으로 2032년까지 집권할 경우 중국 성장률이 2030년대에 2%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당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세수 감소와 연금 시스템 부담을 초래하며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당초 주요 2개국(G2)인 중국이 2030년을 전후해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퇴조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2029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던 JCER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그 시기를 2035년으로 미뤘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20년 중국의 미국 추월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2037년으로 늦췄다.
당장 올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여전히 불안하다. 해리 머피 크루즈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른 코로나19 확산 위협과 부동산 시장 악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중국의 2023년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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