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예적금 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은행권으로부터 시중 자금의 이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거세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49조 8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855조 6676억 원)에 비해 6조5809억 원 줄었다. 앞서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최고 47조 원 넘게 느는 등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이 같은 증가세가 지난해 11월 반 토막으로 줄더니 12월 말부터 두 달째 전달 대비 감소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1월 말과 비교해보면 정기 예적금 잔액은 여전히 늘어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예금과 적금 모두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 2500억 원으로 전달보다 6조 1866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3943억 원 감소했다.
정기 예적금 잔액이 감소한 데는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3일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했지만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는 이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대다. 이날 기준 일년 만기 기준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으로 연 4.15%다.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 연 4.10%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연 3.73%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연 3.7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연 3.65%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연 3.63%순이었다.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 예적금을 통한 자금 조달 경쟁이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말 3.645~3.685%로 지난해 말(4.338~4.374%) 대비 상단이 0.68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시중의 유동자금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1월 말 기준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49조 27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0일 2022년 이후 최저 수준(43조 6928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3주 만에 6조 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의 총 거래 대금 또한 10조 3948억 원으로 두 달 만에 10조 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3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은행 수신 금리는 하향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정기 예적금에 돈을 넣기보다 투자 기회를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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