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2년차 직장인 B 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개설을 고민하다가 관뒀다. 한도 3700만 원, 금리가 7%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막 취업했을 때는 당장 필요가 없어도 뚫어놓는 게 좋다고 해 만들려 했지만 당시 취업 직후라 개설이 안 됐었다”며 “해가 바뀌니 만들 수 있게 됐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서 굳이 지금 만들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이 ‘빚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신용대출 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통장’부터 상환·해지하고 아예 개설을 포기하면서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총 41조 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61%(1조 5342억 원)나 줄어든 규모로 반 년 전인 지난해 7월 말과 비교하면 4조 40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합계는 최근 7개월간 매월 줄어드는 추세다.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신규 이용자는 감소하고 기존 이용자는 빠져나가면서다. 특히 지난달 5대 은행에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계좌는 총 2만 8031개에 그쳤다. 신규 개설 계좌 수는 지난해 11월 3만여 개, 12월 2만 9891개 등 3개월 연속 줄면서 최근 7개월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지난달에 기존 마이너스통장 계좌를 해지한 건수는 총 4만 5237개로 전월보다 약 5% 늘었다. 올해 1월 5대 시중은행에서 순감한 마이너스통장 계좌는 최근 7개월 동안 가장 많은 총 1만 7000여 개에 달했다. 마이너스통장은 ‘당장 필요 없어도 일단 만들어 두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빚’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과거 연 1~3%대였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보다 3배 이상 치솟았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취급 평균 금리 구간은 연 6.65~7.04%였다. 전월(연 6.77~7.28%)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고금리가 7%를 넘었다. 신용점수 최상위(951~1000점) 차주에게 적용된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연 6.64~6.92%에 달해 신용점수 ‘만점’ 차주 역시 ‘이자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 등이 호황일 때는 개설한 마이너스통장으로 기업공개(IPO) 청약 자금을 마련하거나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높았다”며 “투자시장이 침체되면서 마이너스통장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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